[과학세상/정근모]과학기술 최강국의 열쇠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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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사람이 실망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고민 때문에 그렇거니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미래 지향 초일류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과거에 발이 묶인 채 뒤로 밀려나고 말 것인가.

한국 과학기술자의 능력과 열정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런 발전 동력의 중심인 과학기술자의 역할이 또 한번 빛을 발할 때다. 과학기술자는 그 가능성을 알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음 세대에 전해 줘야 한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이 경제 부흥 추진을 위한 첫발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추진한 과학기술진흥계획에 대해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최초의 산업기술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1966년) 설립,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고려한 과학기술처(1967년) 설립, 자주국방 과학기술의 개발 의지인 국방과학연구소(ADD·1970년) 창립, 최고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1971년) 설립, 과학기술 클러스터의 모체인 대덕연구단지(1973년) 조성, 체계적 연구개발 지원을 위한 한국과학재단(1977년) 설립이 이어졌다.

실현 과정 하나하나가 엄청난 반대와 저항에 부닥쳤다.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1960년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났다.

우리가 지금 사는 지식기반 경제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힘이다.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노동집약이 아닌 기술집약 산업으로 옮겨 가야 한다. 다른 나라를 따라잡는(catch up) 전략이 아니라 변화를 선도하는(lead up)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반도 전략이 아닌 세계화 전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형(enjoy) 문화가 아닌 생산형(creation) 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학과 과학 교육의 강화, 입시 준비 교육이 아닌 실험 위주의 창의적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 국가 연구개발 투자도 국내총생산 대비 5% 수준으로 올려야 하며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기술인력 제공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지역특화 기술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기초과학, 원천기술 연구투자비를 21%에서 50% 선까지 올리는 일도 필요하다.

후진국의 두뇌에겐 장학금을 지급하고, 선진 프로젝트를 주도함으로써 전 세계적 두뇌를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지도그룹 9명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중심의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발전 상임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육 산업 국방 보건 정보 등의 전문가와 논의하는 구조도 의미가 있다.

초일류 국가 대한민국.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가능한 일이다. 과학기술을 국가 원동력으로 사람 중심의 두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융합과 합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면, 그리고 인류 공동체를 위해 과학기술 최강국의 꿈을 키운다면 가능하다.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다. 어떻게 이를 실행하는가가 관건이다.

과학기술과 교육의 통합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장기 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통치자의 혜안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2007년에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 과학기술을 알고, 과학기술을 활용하며, 과학기술을 국가경쟁력으로 나라를 이끌어 갈 신념의 지도자가 나올 때 우리의 꿈은 결코 꿈이 아니다.

정근모 명지대 총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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