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부 공기업, 더 놀고 돈 더 타내는 데 鬼才들

  • 입력 2007년 1월 22일 22시 58분


코멘트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독점사업을 벌이는 공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기가 막힌다. 기획예산처 인터넷사이트에 올라 있는 공기업 이사회 의사록엔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끝이 없다.

적지 않은 공기업의 직원들은 놀 궁리로 바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작년 말부터 성희롱 피해 직원에게 5일 휴가를 주기로 했다. 공단은 당초 자녀 입양 또는 성희롱 피해의 경우 7일 휴가를 줄 계획이었으나 한 사외이사가 “이런 휴가까지 도입하면 퇴장하겠다”며 반발하자 일단 보류했다가 다음 달 이사회에서 기간을 이틀 줄여 통과시켰다. 근로복지공단은 창립기념일이나 사회봉사의 날이 휴일과 겹치면 대신 평일에 논다. 사외이사들이 “대체휴가를 남발해선 안 된다”며 보류시켰지만 결국 시행에 들어갔다.

공기업 직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고도 양이 차지 않는 기색이다. 정부 산하기관 및 출자·투자기관 등 314개 공기업의 혈세 낭비 유형은 갈수록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작년 자체추정 적자가 6900억 원인 한국철도공사는 직원 배우자의 외조부모 사망 때 기본급의 100%(평균 200여만 원)를 위로금으로 지급해 오다가 이사회에서 논란이 생기자 ‘직원 배우자 외가 쪽’ 조위금은 폐지했다. 직원 사돈의 팔촌 경조(慶弔) 지원금까지 ‘개발’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선 최하위 성과등급을 받은 직원도 상여금 330%를 받는다.

국회, 감사원 및 감독부처가 공기업들의 경영 난맥상을 가끔 지적하지만 그때뿐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정권 주변의 ‘코드’ 비(非)전문가들을 공기업 요직에 심는 낙하산 인사(人事)도 변함이 없다. ‘개혁에 살고 개혁에 죽는’ 정권 아래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지금도 공기업에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에서 벌어지는 ‘나눠먹기 잔치’의 설거지는 죄 없는 국민이 해야 한다. 노조는 철밥통 지키기에 바쁘고 경영과 영업은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 급여 인상, 증원(增員), 휴가 확대에 드는 돈은 결국 국민 부담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