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나라 밖을 주시하자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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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온 나라가 선거에만 집중해도 큰일이다. 세계는 대한민국을 기다리지 않는다.

강대국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에 20세기는 우리 민족에 비극의 세기가 됐지만, 21세기에도 세계를 접근하는 우리의 태도를 보면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의 4대 강국이 모두 속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매우 외로운 존재가 된다. 4대 강국 간 세력균형의 지정학적 계산은 매우 심각하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외교활동은 극히 세련돼야 한다.

‘중국의 부상’이 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앞으로 약 20년 이후에는 중국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이와 같은 미중(美中) 갈등 불가피론자는 더 늦기 전에 중국의 성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려고 한다면 중국은 견제당하기만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중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군사대국이고, 외교적으로도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상당히 강한 반기를 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대선에 가려진 동북아 국제관계

다행히도 아직까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중국은 근대화를 위해서 미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원한다. 실제로 그런 틀 속에서 최근 대미관계를 부드럽게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도 과거사에 대한 분노에 지배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외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전문가의 지식과 상상력을 활용할 수 있을 때 국가에 보탬이 된다. 외교관은 의지가 약하고 국가의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심을 하게 되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양성한 전문 인적자원을 스스로 내다 버리는 꼴이 된다.

외교관이 자국에서 의심받는 이유는 있다. 외교관은 상대방 국가와의 빈번한 접촉 때문에 경쟁국에 너무 관대하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특히 실질적인 이익 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고 상징적인 분규의 경우에는 분쟁을 하루속히 종결시키는 편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외교관이 주장하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양보만 요구한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외교관은 특히 열린 민주국가에서 더욱 취약하다. 미국에서 있었던 매카시즘의 횡포는 많은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미국의 외교관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었지만 열린 민주사회에서 무분별한 국가주의 또는 애국심을 내걸고 외교 전문가를 탄압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만큼 외교관의 위치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 준다.

대통령 선거와 같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을 때는 우리는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보다 국내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국제문제보다 국내문제에 더욱 관심이 가게 돼 있고 국제문제는 국내정치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하는 국내 정치세력은 보이지 않고 반대하는 세력의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FTA 협상은 국내정치 싸움의 희생물이 될 수도 있다.

100년前역사 되풀이될까 우려

그러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일 한미 FTA 협상이 미국의 반대가 아니라 한국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대미관계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동북아 균형에 있어서 한미관계의 위치가 뒤흔들리게 된다는 지정학적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아무리 선거의 해라고 하더라도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운명은 19세기 말의 경험이 보여 주듯이 무엇보다도 국제관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특히 선거의 해를 맞이해 국제환경을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경원 전 주미 대사·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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