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막에서 피운 경제의 꽃, 정치가 꺾을 건가

  • 입력 2007년 1월 12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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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더위를 타는 당신이 고생할 걸 생각하면 금세 눈물이 납니다.” 30대 초반의 주부가 리비아 건설현장의 남편에게 보낸 e메일(본보 12일자 A3면)을 읽으며 가슴이 찡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오늘도 178개 기업 4863명의 직원이 가족과 떨어져 열사(熱砂)의 나라에서 땀 흘리며 오일달러를 벌어들인다. 악조건을 무릅쓴 이들의 근면과 투지에 힘입어 한국은 지난해 해외에서 165억 달러어치의 건설물량을 수주해 세계 2위의 건설 강국으로 우뚝 섰다.

살인적 더위에 풍토병과 싸워야 할 뿐 아니라 정정(政情)이 불안한 나라에서는 납치와 테러 위협에까지 시달린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근로자 9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이들의 조속한 무사 생환을 빈다.

땀과 피로 가꾼 경제의 꽃은 아름답지만 국내 정치와 경제를 돌아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부족한 일자리, 저조한 투자, 대기업 노조의 강성 투쟁,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같은 먹구름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연초부터 경제 챙기기는 뒷전에 밀어놓은 채 개헌 카드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국민은 새해 국정운용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데 청와대는 온통 개헌 선전전(宣傳戰)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가는 관료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정권코드에 맞춰 기업을 옥죄는 소리만 크게 들려온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가의 82%가 ‘반(反)기업정서 등으로 기업가정신이 위축돼 간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 ‘경영이 힘겨워 회사를 처분할 생각’이라는 중소기업 경영자 비율이 아시아 5개국 중 가장 높은 28%나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세계경제의 5대 위험요인으로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 오일쇼크, 중국경제 경(硬)착륙,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선진국의 재정적자, 부동산 가치의 급락 가능성을 들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누가 이런 문제에 눈길이나 주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리더십의 불안정한 행보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기업들은 올해 영업목표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의 투자승인이나 부동산대책에 이르기까지 정치논리를 앞세워 기업 발목잡기를 계속한다. 열사에서 고투(苦鬪)하는 경제 역군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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