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때 아니다”는 개헌 공방으로 國力 소진 말아야

  • 입력 2007년 1월 10일 2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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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어제는 헌법기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개헌 제안은 정략적이 아니다”며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은 “앞으로 (자신의 임기 중에 개헌을) 두 번 할 시간이 있다”고까지 했다. 법 절차상 걸리는 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틀리는 말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그제 밤부터 어제 아침까지 잇따라 보도된 숱한 여론조사 결과를 알 텐데도 대통령이 이렇게 공언(公言)하는 것은 민의(民意)를 무시하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에서의 개헌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70% 안팎이었다.

지금 우리 경제는 호전 기미가 없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일자리 30만 개 창출은 불발(不發)에 그쳤다. 대통령은 개헌이 선거공약이라고 했지만, 임기 중 해마다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야말로 ‘국민이 가장 믿고 싶었던’ 공약이다.

남은 임기 1년은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는 데 집중해도 충분치 않은 시간인데도 대통령이 불쑥 던진 ‘개헌 제안’으로 시급한 국가 현안들이 더욱 뒤로 밀릴 판이다. 오죽하면 처음엔 “환영한다”고 했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마저 “당장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섰을까.

대통령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국가경쟁력 향상에 꼭 필요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제때 타결돼도 그동안의 실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법치(法治)만 확립해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져 일자리 9만 개가 더 생긴다. 시대착오적 이념과 코드 대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맞는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 대통령이 퇴임 전에 할 일이다. 이런 일에 전념해야 할 시간과 에너지를 개헌 밀어붙이기에 쏟는다면 국력은 또 얼마나 소진되겠는가.

눈 밝은 국민은 개헌을 제안한 대통령의 정략적 의도를 이미 눈치 채고 있다. ‘민주화로 포장한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개헌카드를 거둬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을 덜어 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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