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노래방 스타되기…3박자로 질러봐!

  • 입력 200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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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신세대 트로트 ②깜짝 의상-소품 ③라이벌 견제구… ‘3박자’로 질러봐!

노래방에 관심 없다고요? 몰라도 아는 척해야 할 때가 돌아왔습니다. 송년모임을 앞두고 한번쯤 느꼈을 노래방 울렁증. 며칠 전 ‘노사모(노래방을 사랑하는 모임)’가 모였습니다. 12년간 노래방에서 놀아본 기자와 고교, 대학교 동창 4명이 그 멤버죠. 때가 때인지라 화제는 자연스레 ‘노래방에서 스타 되기’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선곡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았습니다. 평균 세 곡을 부른다고 가정하면 ‘비장의 무기 1탄-쉬어가는 발라드곡-비장의 무기 2탄’ 식으로 구성합니다. 송년회의 경우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선곡(?)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가장 호응을 빨리 얻을 수 있는 장르는 ‘신세대 트로트’. 장윤정의 ‘어머나’, ‘짠짜라’, 신곡 ‘이따이따요’를 비롯해 박상철의 ‘무조건’, 강진의 ‘땡벌’, 박현빈의 ‘빠라빠빠’를 꼽을 수 있죠.

가창력을 뽐내려면 ‘SG워너비’의 ‘내 사람’을 추천합니다. ‘바이브’의 ‘그 남자 그 여자’나 드라마 ‘궁’의 주제가 ‘퍼햅스 러브’도 좋습니다.

그러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김정호의 ‘님’, 양희은의 ‘상록수’ 같은 곡들은 너무 진지해 자칫 분위기를 깰 수도 있죠. 실제로 ‘노사모’ 중 장윤석(28·직장인) 씨는 송년모임 첫 곡으로 ‘이등병의 편지’를 불렀는데 선배가 “분위기 망친다”며 밖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는군요. 또 ‘난 알아요’, ‘핑계’, ‘호랑나비’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곡은 진짜 잘 불러도 본전입니다.

선곡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퍼포먼스. 그러나 노래방이기에 멋있게 춤을 추되 나사 하나 정도는 풀어야 제 맛입니다. 그 열쇠는 바로 의상입니다. 비의 ‘아임 커밍’은 ‘밀리터리 룩’이라 해서 비가 군복차림으로 춤추는 곡이죠. 예비군복을 준비했다가 갈아입고 춤을 추니 반응 ‘대박’이었습니다. 또 붉은 악마 티셔츠나 태극기를 준비해 싸이의 ‘위 아 더 원’이나 ‘연예인’을 불러도 괜찮습니다.

깜빡 잊고 의상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엔 노래방을 잘 둘러보세요. 구석구석 소품이 마련돼 있습니다. 힙합 노래를 부를 경우 화장실에 걸린 타월이나 수건을 머리에 걸칩니다. 가끔 이효리, 채연, 엄정화 등 섹시한 가수 흉내를 내고 싶다면 ‘밍크 장갑’ 대신 노래방 주방에 있는 핑크빛 고무장갑도 괜찮습니다. 백댄서가 필요할 경우 노래방 주인아주머니나 종업원들을 포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끔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3년 전 ‘무대’에서 열심히 춤추고 있는데 한 친구가 나와 저를 밀어내고 더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더라고요. ‘라이벌 노래 부를 때 나와 시선 분산시키기’ 작전을 쓴 것입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노사모’ 멤버들은 최근 1년간 라이벌 견제법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먼저 노래방 도구들과 빨리 친해지는 겁니다. 상대가 무아지경으로 노래 부를 때 갑자기 방 조명을 밝게 해서 민망하게 만든다든지, 리모컨으로 예약하는 척하고 리듬변환 버튼을 2, 3회 누릅니다. 달변이거나 목소리가 클 경우 라이벌에게 노래시켜 놓고 “자, 우리 건배 한 번 할까” 식으로 관중들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게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런 방법을 재미삼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제발 ‘취소’버튼만은 누르지 마세요. ‘노사모’ 멤버들도 아직 노래방에서 싸움 날 때 대처방법은 연구하진 못했답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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