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장이 할 일과 안 할 일

  • 입력 2006년 11월 24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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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은 퇴임사에서 “간첩 수사는 국정원이 당연히 해야 할 본연의 임무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임 중 보람 있었던 일로 “도청(盜聽) 사건을 숨기지 않고 양심 고백해 국정원의 어두운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국정원은 지난 수년 동안 본연의 임무인 간첩 수사를 소홀히 한 정도가 아니라 북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회피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흘러야 할 간첩 수사의 흐름이 ‘햇볕의 둑’에 막혀 고여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원장이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일심회 사건’ 수사를 소신 있게 진행해 검찰에 송치한 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는 1년 4개월 전 취임사에서 “국정원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서 하자”고 말했다. 지난 시절 국정원의 행적을 돌이켜 볼 때 할 일과 안 할 일의 구분은 국정원 개혁의 첫 번째 과제였을 것이다. 국정원의 도청을 공개해 전임 국정원장 두 명을 법정에 세우고 어두웠던 과거사와 단절한 것도 김 전 원장의 큰 업적이다.

그의 뒤를 이은 김만복 국정원장도 할 일과 안 할 일의 구분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김 신임 원장에 대해 많은 국민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다. 일심회 사건 수사 도중에 국정원장이 교체된 것부터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근년에 안보 의식이 해이해져 북한 선전 매체들의 주장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그대로 따라 외쳐도 멀쩡한 세상이 됐다. 도심의 평화를 깨는 친북좌파 단체들의 폭력시위 현장에 나도는 유인물을 읽어 보면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박물관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든다.

김 신임원장이 먼저 할 일은 일심회 사건을 비롯해 국정원이 진행 중인 간첩 수사를 철저히 마무리해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핵을 가진 북의 공작으로부터 나라를 물 샐 틈 없이 방위하는 것이 국정원 본연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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