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집값 잡아야지만 금리인상엔 신중해야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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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4년 전 부동산중개업자 128명과 부동산 전문가 31명에게 ‘부동산 시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금리’라는 답변이 20%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 40%가 금리를 지목했다. 최근 가파른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 저금리와의 연관성을 연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금리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

국정홍보처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저금리로 인한 지나친 시중 유동성 때문”이라며 금리인상을 주장했다. 청와대도 이를 지원사격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콜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늘 열린다는 점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때 경제에 주는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거품을 키우는 급격한 오름세는 반드시 사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세인 데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부동산이라는 ‘중대하지만 국지적(局地的)인 사안’에 금리 처방을 쓰는 것은 경제 전반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경기 진작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금리를 꼭 건드리려면 부동산 투기의 실탄 역할을 부분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자격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은 10월 중 2조7000억 원 늘어 5개월 만에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금리조정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국정홍보처의 월권적 행위도 문제다. 통화신용정책은 중앙은행의 고유권한일 뿐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국정홍보처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국정홍보처는 최근 ‘투기시대의 종말’이라는 홍보책자에서 “부동산정책이 집값을 안정시켜 주거비용이 줄어들면 가계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인터뷰를 날조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엉뚱한 문제에 간여하지 말고 집안 단속부터 제대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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