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위성국가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 경제가 과거 10년처럼 급속히 팽창하고, 중국이 군사예산을 최근처럼 두 자릿수로 증액하고 소프트파워가 계속 커지면 중국은 현재보다 더욱 강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너무 의존하면 중국의 위성(衛星)국가로 전락할 소지도 있다.” 미국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7일자 국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섬뜩한 전망이다.

▷모건스탠리의 앤디 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한국이 4, 5년 안에 성장엔진을 못 키우면 중국의 일개 변방(邊方) 역할을 하거나 필리핀 수준의 빈국(貧國)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성국가란 강대국 주변에 있으면서 정치 경제 군사적 지배나 영향 아래 살아가는 약소국가를 가리키는 국제정치 용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정치 경제 군사적 지배를 받은 동유럽 국가들이 바로 위성국가였다. 이들은 소련의 해체로 위성국가 신세를 면했다.

▷중국은 19세기 말까지 중화사상을 기초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조공(朝貢)을 받고 왕세자를 책봉한 역사가 있다. 중화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동북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지금 고려사에 이어 발해사(渤海史)도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고 백두산까지 독식하려는 듯 역사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의 80%, 식량의 3분의 1, 대외교역의 4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위성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심지어 중국의 동북 4성의 하나로 편입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고 있다.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나라로 미국보다 중국을 먼저 꼽은 적이 있다. 남북의 두 정권은 ‘민족끼리’ ‘우리끼리’라는 주문(呪文)을 외며 미국에 대한 ‘자주’를 합창하지만 한쪽은 새 성장엔진 창출에 무능하고 또 한쪽은 경제 자립이 불가능하다. 한반도 전체가 중국에 대한 반(反)자주, 반주체의 수렁에 빠져 들고 있는 건 아닌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