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추싱호 검색, 받는 쪽이 되레 세게 해달라는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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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부산항에 정박한 남북 정기 운항선 ‘추싱호’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부산세관과 해양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나온 15명이 추싱호에 올라 구석구석 검색 작업을 펼쳤다. 이들은 “추싱호에서 위조품이나 안보 위험물질이 새 나간다면 우리도 자리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철저히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추싱호에 대한 검색은 사실은 ‘여느 때보다 특별했다’는 게 검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마약 등을 들여왔다가 9차례나 적발된 적이 있는 추싱호를 어떻게 검색하는지 보고 싶다고 기자가 요청하자 이날 특별히 준비했다는 것.

한나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추싱호의 전력을 거론하며 당국의 검색 소홀을 질타했다. 이후 부산세관을 제외한 다른 기관들도 추싱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게 검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은 이날 처음으로 추싱호 검색에 참여했다. 부산항에는 국가정보원이 주관하는 9개 유관기관 ‘보안대책협의회’가 있지만 추싱호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한다.

추싱호의 선적사인 동룡해운의 김창진 부산사무소장은 “추싱호가 북한 나진항에 도착하면 북한 당국은 훨씬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선원과 선실을 검색한다”고 말했다.

남북을 왕래하는 추싱호가 불법행위를 할 경우 한국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을 마약과 위조담배의 주요 생산지로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추싱호의 정박지인 부산항이 북한산 불법물품의 중개지로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추싱호에 대한 검색이 북한보다 느슨한 것은 문제다. 오죽하면 김 소장이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좀 더 철저히 검색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겠는가.

최근 미국이 부산항에 핵물질을 검색할 수 있는 탐지장비 설치를 제안한 것도 바로 추싱호 같은 선박을 의식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 검색 직원은 “지금도 검색은 충분하다. 핵물질 검색 장비까지 도입한다면 검색단계가 늘어나 선사들의 원성이 커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왜 이런 식의 반응이 나왔을까. 국정감사에서 추싱호 문제를 제기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결국 정부의 안보 불감증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부산항의 분위기가 실제로 그랬다.

동정민 정치부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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