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權공정위원장, 전임자 닮아 경제 발목 잡나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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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3일 한 강연에서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몇 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가 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재계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대체할 정부의 규제 방안을 금주 말에 확정하기에 앞서 재벌의 문제점을 부각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권 위원장이 단순히 교수 자격으로 의견을 말했다면 모를까, 경쟁정책 책임자가 특정 기업에 특정 지배구조 도입을 주문하는 것은 월권(越權)이다. ‘개인 의견’이라고 덧붙였지만 ‘시대의 요구’라면서 ‘재벌의 결단’을 압박한 것은 강철규 전 위원장에 이은 기업 옥죄기 행태다.

권 위원장이 거론한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이 갈 길인지 아닌지도 분명치 않다. 주주들이 그것을 원한다 해도 현행 제도에 맞게 개편하는 데 수조 원이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릴 우려도 있다.

출자총액제한제의 대안이라는 순환출자 규제 방안에 대해 재계는 “현재보다 더 무거운 규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와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반대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공정위만 찬성할 뿐이다.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제를 몇 년 더 유지하자’던 강 전 위원장 시절엔 그 규제를 지지하더니 권 위원장 아래선 순환출자 규제로 금세 논리를 바꾼 조직이다. 게다가 출자총액제한제가 대기업 투자를 지나치게 규제해 왔기 때문에 폐지될 운명을 맞았는데도 권 위원장은 더 센 규제를 들고 나왔다. 그가 경제 걱정을 하는 건지 자신의 이론을 실험해 보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강 전 위원장은 삼성 등의 지배구조를 수시로 문제 삼아 반(反)기업 정서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결국 그는 재벌에 대한 간섭과 규제로 임기를 채우다시피 해 대기업 투자 부진의 후유증만 키웠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권 위원장도 재벌의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하며 전임자 흉내 내기에 나섰는가. 신뢰 잃은 정부가 ‘서민정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꺼내 드는 ‘재벌 때리기’가 결국 ‘서민 힘들게 하기’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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