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50억 세금 쏟아 부어 신문유통시장 흔들기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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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유통원이 도서벽지 주민의 신문선택권을 신장하겠다는 설립 목적과는 달리 신문 배달망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 공동배달센터를 집중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강기석 신문유통원 원장은 올해 100억 원에 이어 내년에 350억 원의 국고를 들여 수도권 신문 완전 공동 배달망을 조기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은 이미 신문사별 유통망이 갖춰져 있어 폭넓은 매체 선택권이 보장된 곳이다. 위헌적인 신문법을 만들어 신문유통원을 설립한 의도가 강 원장의 말을 통해 비로소 분명해졌다.

신문법은 ‘국민의 폭넓은 언론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유통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배달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도서 벽지는 우체국 배달망을 보강하고 신문 발송 우편요금을 낮춰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도서 벽지를 구실로 수도권의 신문유통 시장에 끼어드는 것은 기만(欺瞞) 술책일 뿐이다.

국가가 신문 유통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국가의 감독과 영향 아래에서 사실상 신문배급제를 실시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독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신문사 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형성된 신문시장의 판을 뒤집어 배달망이 약한 친여지(親與紙)를 도와주겠다는 의도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북한의 핵실험에 간첩사건까지 증폭돼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권은 방송사 사장 인사와 방송위원회 개편을 통해 방송을 장악한 지 오래다. 비판적 신문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하려던 신문법에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이제는 ‘수도권 공동배달망’으로 친여지의 구독 편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영세한 신문 유통시장에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450억 원이 풀리면 메이저 신문의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 신문 유통을 지원하겠다는 명분으로 설립한 유통원이 실제로는 언론 자유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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