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건호]대외원조 늘려야 대접 받는다

  • 입력 2006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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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엔이 창설된 지 만 61년이 되는 날이다. ‘유엔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하여 6·25전쟁 때 희생된 유엔군 장병들을 추모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인연으로 우리나라에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된 것은 국가적 경사이자 우리의 자존심을 드높인 역사적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친정국가의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까지 저개발국의 빈곤 퇴치를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 유엔의 수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우리의 대외 원조 현실을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기준으로 한국의 원조 규모는 국민소득 대비 0.06%로 선진국 평균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지지 수준도 높지 않은 편이다.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특히 우리의 경쟁 대상국인 일본의 아시아 유상 원조는 2004년 53억 달러로 우리의 1억2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44배를 넘고, 중국도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2개국에만 무려 5억 달러의 유상 원조를 약정한 바 있다. 우리도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연계할 수 있는 원조 전략 수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외 원조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한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세계 12위의 경제규모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할 수 없고, 국제사회로부터 인색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또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및 필수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서도 원조 규모 확대는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식해 ‘비전 2030’을 통해 2015년까지 원조 규모를 국민소득의 0.2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재정운용 형편상 단기간 내 원조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당분간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유상 원조를 중심으로 원조 규모를 늘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선진국들도 유상 원조 비중 제고를 통해 상환원리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원조 규모를 확대해 왔다. 유상 원조는 상환 부담을 통해 수혜국의 책임의식을 고취시켜 자립적인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우리의 소중한 경제개발 경험을 수혜국의 특성에 맞게 효과적으로 전수하여 이들의 국가 경영과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이 우리 정부 대표에게 채권시장 발전 방안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발 경험 전수 사업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우리의 경험을 잘만 활용한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원조 브랜드를 창출함과 동시에 원조의 효과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해외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

마지막으로 국제개발협력 정책에 대한 기업 정부 시민단체 간의 긴밀한 파트너십 형성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개발협력의 이념 및 중장기 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일관된 원조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정부의 ‘정부개발원조(ODA) 헌장’ 제정 추진은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확산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 꼬박꼬박 돈을 모으기만 해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앞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번 돈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배출을 계기로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 협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동안 유엔의 도움으로 많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온 만큼, 이제는 유엔 사무총장의 친정 국가로서 개도국의 경제 개발과 빈곤 퇴치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조건호 전경련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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