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몸 던지는 교수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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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에 해당하는 집단을 현대에서 찾는다면 대학교수를 꼽을 수 있다. 교수들도 ‘선비’로 불리는 게 싫지 않은 눈치다. 조선 선비들은 정치와 권력 지향성이 강했다는 비판을 듣지만 그런 만큼 개인적 욕망을 앞세우지 않고 공공의 이익을 중시했다.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이다. 오늘날 옛 선비정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자기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된 세태에 대한 반작용이다.

▷국공립대의 특수법인화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가 어제 열릴 예정이었으나 돌발사태로 무산됐다. 시작 전부터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가 공청회 개최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공청회가 시작되자마자 국공립대 교직원 40여 명이 단상을 점거했다. 일부 교수는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원하는 대학만 법인화를 하면 되고 교수와 교직원은 정년이 보장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교수는 막무가내다. 끝내는 몸을 던져 공청회를 막는 일까지 벌인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고비용 저효율’의 국립대에 자율성을 부여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다. 한국에선 1995년부터 국립대 법인화 얘기가 나왔지만 전혀 진전이 없는 반면 일본은 한국에서 법인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검토해 2004년 87개 국립대의 법인화를 완료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도쿄대는 AAA의 최고 투자등급을 받았다. 세계적인 초우량기업 도요타와 동급이다. 우리나라 국립대들에선 대학의 활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읽기 어렵다. 가만있어도 국민 세금으로 대학은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인가.

▷더구나 교수들의 ‘공청회 반대’는 한심하다. 조선 왕조가 600년을 버틴 것은 선비들이 공론(公論)을 지키려 목숨까지 내건 덕분이었다. 공론이란 말의 통로가 트여 있는 상태다. 이율곡은 “공언(空言)이 되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고 했다. 언로(言路)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도 시원찮을 교수들마저 눈앞의 자기이익에 골몰해 공론을 거부하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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