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000명 일자리 만들 투자, 立地트집잡는 정부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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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D램 생산업체 하이닉스반도체가 2010년까지 13조5000억 원을 투자해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에 메모리공장 3개를 증설하겠다는데 정부는 불허(不許)할 방침이라고 한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차관은 “이천이 자연보전권역인 데다 환경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균형발전’이라는 ‘노무현 코드’가 먼저 작동한 모양이다.

정부로선 6000명까지 고용 증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이 공장을 수도권 밖으로 돌리고 싶을 수도 있다. 지금껏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공기업 지방 이전이라는 ‘잠재적 실적’조차 어떤 후유증을 낳을지 모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전국이 3, 4시간 생활권으로 좁아졌고 비행기로 1,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중국 공단이 널려 있다. 좁은 땅에서 수도권과 지방을 가르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편가르기’일 뿐이다.

이보다는 첨단산업의 투자 실기(失機)와 좋은 일자리의 해외 탈출을 걱정해야 한다. LG필립스의 파주 LCD공장, 삼성전자의 탕정단지 건설을 늦추고 축소하게 만들었던 정부가 국민에게 안겨 준 것은 무엇인가.

하이닉스는 이천과 충북 청주가 제시한 투자 유치 조건을 보고 이천을 택했다. 정부는 적극 지원하는 게 옳다. 굳이 80km, 1시간 더 남쪽으로 내려가라고 강권할 이유가 없다. 하이닉스의 수도권 증설이 이루어지면 비슷한 처지의 여러 기업이 잇달아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니 ‘투자 붐’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생산설비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도 줄어들 것이다.

일본은 2003년부터 설비투자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제조업에서 투자가 시작돼 중소기업-비제조업으로 확산됐다. 정부가 규제를 대폭 풀어 이런 선(善)순환을 유도하자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도 U턴을 본격화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7월에 취임하면서 약속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이번 주에 발표한다. 기업의 투자 입지 결정권을 빼앗으면서 말로만 규제 완화를 강조해 봐야 소용없다. 첨단기술산업 투자일수록 타이밍이 중요하다. 몇 달만 미뤄져도 투자효과, 경쟁력과 일자리가 줄어든다. 공장의 해외 탈출이 더 확산된 뒤에는 백약(百藥)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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