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퇴직 공무원-연금공단 ‘두지붕 한가족’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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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거는 쪽과 당하는 쪽 모두가 일제히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경우를 취재하기는 처음이었다. “공무원 퇴직금이 일반 근로자들에 비해 적다”며 퇴직 공무원 2만여 명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기로 한 것 말이다.

▶본보 23일자 12면 참조

22일 오전 소송에 참여할 퇴직 공무원 규모를 추산하기 위해 소송에 꼭 필요한 자료인 ‘퇴직급여지급사실확인서’ 발급 건수를 확인하기 시작하자 전국 8개 공단 지방사무소 여기저기서 취재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공단의 홍보팀장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본부에서는 그런 통계를 잡지 않으니 각 공단 사무소에 직접 알아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각 공단 지방사무소에 전화하기에 앞서 홍보팀장이 “동아일보 기자에게 절대 발급 건수를 얘기하지 말라”고 입단속을 했다는 사실이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다.

소송을 제기하는 퇴직 공무원들도 취재를 거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6일 오후 기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에서 열린 국세청과 세무서 퇴직자들의 모임인 ‘국세동우회’의 ‘퇴직수당 소송 관련 설명회’에서도 설명회장 밖으로 내쫓겼다. 소송 참여를 독려하는 문건을 돌리는 등 이 소송을 주도해 온 퇴직 공무원 이모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왜 언론에 설명해야 하느냐”며 답변을 일절 거부했다.

그러나 퇴직 공무원들이 받는 퇴직수당이나 공무원연금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18일 기획예산처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 산하기관 2005년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2003∼2006년 일반회계에서 지출된 돈은 1조6838억 원이며 내년에도 1조 원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할 전망이다.

소송의 양 당사자 모두 소문나지 않게 일처리가 되기를 바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는 “퇴직 공무원들은 우리 고객이고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공단 직원의 설명을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가족’은 그저 상징적인 얘기가 아니다. 공단은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을 통해 ‘민간인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직원을 공무원연금 가입자로 해 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소송의 양 당사자가 함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 불릴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한가족”인 모양이다.

최우열 사회부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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