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권집단소송제 ‘부작용 줄이기’ 나서는 미국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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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기업 부실회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 및 처벌을 강화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법은 월드컴과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기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지만 천문학적 액수의 증권집단소송 근거로 활용돼 기업들에 지나치게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이 법 때문에 해외 기업이 미국 투자를 망설인다고 본다. 회계법인 KPMG는 사베인스-옥슬리법 및 이 법에 따른 증권집단소송으로 미국이 치르는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증권집단소송은 소액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지만 이들이 손해배상을 받는다 해도 제살 뜯어먹기다. 기업가치와 주가가 떨어져 결국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대개의 기업은 소송이 제기되기만 해도 부담스러워 협상을 택하므로 변호사는 쉽게 거액을 챙기고 다음 소송 대상을 찾아 나선다. 이런 협상을 하는 사람은 기업 경영진이다. 부정행위를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경영진이 변호사에게 회사 돈을 건네면서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관련법이 강화되면 주가가 떨어지고 완화되면 주가가 올라갔다. 법의 취지는 허위공시, 분식회계, 주가조작으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법임이 시장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업에 적대적인 시민단체 말고는 대부분 도입에 반대했지만 2005년 증권집단소송법이 제정됐다. 과거의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는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다. 주식 공개 기업의 95% 이상이 집단소송으로부터 임원이라도 보호하려고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지출되는 보험료만 1000억 원이 넘을 전망이다. 기업에 부담이자 소비자에겐 원가 상승 요인이다.

허위공시나 분식회계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집단소송이 절대 선(善)은 아니다. 기업 투자를 촉진해 경제를 살릴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집단소송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예방할 장치도 긴요하다. 미국의 법 개정 추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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