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움에서 앞선 흑은 ○로 붙여 줄기차게 압박을 가한다. 흑 99에 이은 103의 끊음, 이 수가 백을 괴롭히는 좋은 수였다. 백 104 이하 110까지 최철한 9단은 쩔쩔매며 연결하기에 바쁘다. 바둑이 엷으면 빚쟁이에게 시달리듯 이렇듯 서러운 것이다.
흑 111도 멋진 끝내기였다. 이로 인해 흑 119, 121로 젖혀 잇는 역끝내기가 커졌다. 다음 흑 ‘가’의 치중도 남았다. 이쪽은 121의 곳을 젖혀 잇는 게 백의 권리였는데 앉은 채 거꾸로 당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우하귀의 흑집은 20여 집. 앞서 백이 하변에서 참고도처럼 1로 내려빠져 두었더라면 우하귀의 흑집은 10여 집에 지나지 않을 곳이었다. 무려 10집의 차이가 생겼고 이 차이는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