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10집의 차이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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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6단은 일찍이 ‘진드기’로 통했다. 일찌감치 제한 시간을 다 쓴 뒤 초읽기를 마다 않는 장고(長考)와 끈질김으로 상대를 질리게 하는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이 6단과 마주앉은 기사는 그날 저녁 약속은 포기해야 했다. 예전의 조치훈 9단을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대국 태도는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둔다는 것을 뜻한다. 입단 전부터 그에게는 대기사(大棋士)라는 또 하나의 별칭이 따라다닌 것도 이 덕분이다. ‘크게 될 기사’라는 의미였다.

두터움에서 앞선 흑은 ○로 붙여 줄기차게 압박을 가한다. 흑 99에 이은 103의 끊음, 이 수가 백을 괴롭히는 좋은 수였다. 백 104 이하 110까지 최철한 9단은 쩔쩔매며 연결하기에 바쁘다. 바둑이 엷으면 빚쟁이에게 시달리듯 이렇듯 서러운 것이다.

흑 111도 멋진 끝내기였다. 이로 인해 흑 119, 121로 젖혀 잇는 역끝내기가 커졌다. 다음 흑 ‘가’의 치중도 남았다. 이쪽은 121의 곳을 젖혀 잇는 게 백의 권리였는데 앉은 채 거꾸로 당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우하귀의 흑집은 20여 집. 앞서 백이 하변에서 참고도처럼 1로 내려빠져 두었더라면 우하귀의 흑집은 10여 집에 지나지 않을 곳이었다. 무려 10집의 차이가 생겼고 이 차이는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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