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거사 헤집는 돈’ 절반만 미래전략에 썼다면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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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과거사 파헤치기에 쓴 돈이 25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를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역사’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 산하에 11개나 되는 위원회를 만들었을 때 어림짐작은 했지만 이처럼 많은 돈이 쓰일 줄은 몰랐다. 이 돈의 절반만 미래에 먹고살 전략을 마련하는 데 썼더라면 나라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피 같은 국민 세금을 쏟아 부어 동학농민운동에서 제6공화국까지의 항일독립운동, 반민주·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 등을 조사한다고 했지만 새롭게 밝혀낸 것은 거의 없다. 이미 드러난 사실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제5공화국의 ‘학원 녹화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는 단적인 예다. 국방부의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이는 2002년 10월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와 비슷한 결론이다. KAL기 폭파 사건, 동백림 사건, 인혁당 사건 등도 다르지 않다. 결국 과거사를 바로잡는다는 명분 하에 갈등과 혼란만 연장시킨 셈이다.

국가 생존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인적자본 확충은 물론이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新)성장산업의 발굴 육성, 각종 연금·보험제도를 비롯한 사회안전망 정비 등도 긴 안목에서 다뤄야 할 과제들이다. 돈을 쓰려면 이런 분야에 써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산하에 있는 과거사 관련 위원회부터 대폭 정비해야 한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가 따로 있을 정도로 위원회가 중복 난립돼 있는 것은 코미디다. 이들 위원회와는 별도로 군(軍), 국가정보원, 경찰에 각각 별도의 과거사조사위가 있다. 국민은 이런 낭비를 위해, ‘과거사 업자’들의 생계를 위해 세금을 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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