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다이야기’ 도박 광풍 부추긴 사람들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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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9월과 11월 사행성 오락물과 경품용 상품권 문제를 다루면서 한 발언들이 납득되지 않는다. 속기록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김재홍 의원은 “게임물 심의기간이 너무 길다. 게임물의 생명력은 6개월 정도인데 심의에만 3, 4개월이 걸리면 되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은 일반 게임과 사행성 게임을 분리해 다뤄야 한다는 문화관광부 주장에 “사행성 게임도 게임산업인데 분리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결국 경품용 상품권 폐지 법안은 문광위에 상정됐다가 폐기됐고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오락물을 진흥 대상 게임으로 분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이 올 4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도박 광풍’을 막았어야 할 의원들이 이를 부추기는 데 앞장 선 꼴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1만4000여 개의 사행성 오락게임 업소가 성업 중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상품권 액수만 30조 원에 이른다. 피해자는 대부분 서민이다. 이 지경이 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몰랐거나, 알고도 로비를 받거나 비리에 연루돼 사행성 오락물의 심의, 상품권의 발행 및 환전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성인오락실 업주가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잘못은 정부에 있는데 우리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면서 “지금까지 우리 돈을 뜯어간 공무원 10명씩을 안고 자폭해 버리자”고 말하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실무적 차원의 정책적 오류”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심지어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와 언론을 향해 “제대로 감시하고 챙기지 못했다”고 덮어씌웠다. 지난해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음이 울렸으나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만으로도 청와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민심의 소리를 듣겠다던 청와대가 왜 이 문제에는 귀를 막고 있었는가.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대(對)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사과로 덮을 일이 아니다. 성역(聖域) 없는 수사로 ‘도박 광풍’을 부추긴 사람들이 누구인지, 관련 업자들의 뒷돈은 다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철저히 가려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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