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美 한반도 전문가들의 ‘작전권’ 충고

  • 입력 2006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모처럼 바쁘지 않은 주말. 취재수첩을 뒤적이며 지난 2주간 만난 미국인 한반도 전문가들의 발언들을 다시 읽어 봤다. 싱크탱크 연구원, 교수, 국무부 관리…. 그들이 인터뷰, 점심식사, 강연 등 다양한 자리에서 들려준 얘기 중 가장 많이 등장한 주제는 역시 전시작전통제권이다.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이들의 발언에서 공통적인 대목은 “한국이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당부였다.

“시간표를 정해 놓고 달려가야 할 그런 단순한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다방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텐데….”(전직 행정부 관리)

“이 문제는 군사동맹 재조정의 핵심으로서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논의시기가 적절치 않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까 우려된다.”(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국장)

“이 문제에는 정치가 끼어들면 안 된다.”(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마치 한국 정부와 손을 맞잡고 달리기라도 하듯 작전권 이양을 추진하고 있는 미 국방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펜타곤(미 국방부)의 관심사는 오로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뿐이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이는 동북아 안정에 대한 장기적 관점이 결여된 것이다.”(전직 고위 관리)

취재수첩엔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이 행정부 고위층에 ‘Hold on one minute(잠깐 멈춰라)’를 조언하고 나섰다”는 취재원의 말도 적혀 있다.

한미 간에 작전권 논의가 가속화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혹시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목표를 향해 눈 옆을 가린 마차의 말(馬)들처럼 달려온 것은 아닐까. 노 대통령은 이 중대한 주제에 걸려 있는 수많은 요인과 대안을 다 검토해 보고 목표를 제시한 것일까.

한미연합사에 참여했던 한 전직 미군 고위 장교의 말(본보 18일자 A4면 참조)이 자꾸 걸린다. “굳이 연합전력(한미연합사)을 통한 작전권 행사라는 틀을 깨지 않고도 한국군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식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런 모든 게 다 검토됐는지, 한미연합사 시스템에 대한 오해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유난히 그의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기홍 워싱턴 특파원 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