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정권의 인사개혁, 국민을 속였다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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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당선 직후 인사시스템 개혁을 통해 국가개조(改造)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정부기관으로는 맨 먼저 중앙인사위원회를 방문해 적재적소 인사원칙과 시스템에 의한 인사관리를 강조했다. 정권의 성패를 인사개혁에 걸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강하게 표출했다.

다면(多面)평가제를 도입하고 서열을 파괴한 인사를 잇달아 단행했다. 정부산하기관장 공모제(公募制)를 의무화하고 기관장 추천위원회도 도입했다. 정실인사나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두루 기용하기 위해 확실한 검증을 거치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집권 초기에 만들었던 새 제도는 ‘제 식구 챙기기’와 ‘낙하산 투하’를 위한 들러리로 쓰이고 있다. 심지어 “모든 제도가 위장(僞裝)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인사가 난맥상을 보인다.

이 정권은 기관장 공모제로 뽑힌 장동훈 전 영상홍보원장을 임기 만료 9개월을 앞두고 지난해 3월 강제로 쫓아내다시피 했다. 장 씨는 업무실적 평가에서 두 번이나 최고 등급을 받았으니 업무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후임 원장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사람이 앉은 걸 보면 전후(前後) 사정은 눈치챌 만하다.

법에 따라 공모제가 의무화된 92개 기관의 장 가운데 청와대 근무 경력자를 포함한 여권 출신이 20%를 넘는다. 또 소관 부처나 다른 부처 관료 출신이 42명이나 되는 건 무엇을 뜻하는가. 능력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건 허울이고, 코드인사와 인사민원 해결을 위해 제도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기관장추천위원회도 사실상 들러리로 전락했다. 청와대는 추천위에서 추천한 복수 후보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으면 후보자 모두를 탈락시켜 재공모를 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작년과 올해 1차 추천 후보들이 탈락해 2차례 이상 재공모를 한 기관이 인천공항공사 등 9곳이나 된다고 한다. 최종 선발자 중엔 대통령의 고교 선배, 열린우리당의 총선 낙선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인사 난맥상은 공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비효율을 키워 세금을 낭비하고 국정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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