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순덕]‘3차 세계대전’

  • 입력 2006년 7월 24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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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 유럽의 운명을 바꾼 총성이 울렸다. 세르비아의 한 청년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는 남부 슬라브족의 해방을 위해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암살한 것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이 세르비아를 침공하면서 유럽 전역은 전쟁으로 치달았다. 민족주의와 테러가 제1차 세계대전의 불을 댕긴 셈이다. 이 증오와 복수의 역사가 지금 중동에서 반복되고 있다.

▷발단은 레바논에 거점을 둔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인질로 잡은 데 있다. 이스라엘이 위험에 처한 자국민을 내버려둘 리 없다.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확대되자, 헤즈볼라에 이란제 무기를 대주는 시리아가 군사 개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슬람 시아파인 헤즈볼라-레바논-시리아-이란이 이스라엘과 맞서는 형국이다. 이스라엘 뒤에는 미국이 버티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 의장은 “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이란은 이슬람 중에서도 소수로 억눌려 온 시아파 근본주의 국가다. 폭정과 외세를 거부하고 신정(神政)을 주장하는 시아파 눈에 이스라엘은 태어나선 안 될 국가였다. 이슬람만이 절대 선이라고 믿으므로 평화공존이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전쟁이 미국 대 이란의 대리전에서 그치지 않고 민주 대 반민주, 문명 대 반문명의 3차대전이라는 시각도 여기서 나온다.

▷‘민족공조’를 중시하는 노무현 정부에도 강 건너 불은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현장에 이란 참관단이 있었다고 한다. 북의 미사일과 핵이 이란과 시리아 등 테러지원 국가에 ‘외화벌이’로 팔리는 것을 미국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또 에너지를 무기로 중앙아시아-중국-러시아까지 관계를 맺고 있다. 3차대전으로 번지지 않더라도 세계사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북의 ‘모험’은 그래서 더더욱 막아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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