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사일 감싼 代價가 이산가족 가슴 찢기인가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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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쌀, 비료 등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거부했기 때문에 북측 역시 인도주의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면회소 건설 등을 계속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해 온 것이다. 과거 냉전시절 북한의 생떼를 다시 보는 듯하다. 이런 북한을 감싸느라 동맹과 멀어지고 “국제사회에서 한국만 ‘왕따’가 됐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나.

쌀과 비료를 못 주게 만든 게 누군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한순간에 흔들어 버린 북한이 아닌가. 그러고서도 장관급회담에 나와 “북측의 선군(先軍)이 남측의 안전을 지켜 주고 있으니 쌀과 비료를 달라”고 큰소리를 쳤다. 주권국가로서 차마 감내하기 힘든 수모를 안겨 놓고서 이제 와서는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도대체 북한에 우리는 뭔가. 북이 무슨 말을 해도, 어떻게 굴어도 괜찮은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인가.

노무현 정부의 맹목적인 북한 감싸기와 전략 부재가 이런 상황을 자초한 점이 적지 않다. 미사일 발사 와중에서 장관급회담은 연기했어야 옳았다. 긴장 상태에서 만나 봤자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팀스피릿 훈련 등으로 분위기가 안 좋으면 회담을 연기한 전례가 있다.

그런데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대화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며 회담을 강행했다. 결국 북한의 선전장으로 이용만 됐고, 대화의 틀은 깨졌으며, 국제사회에는 “한국이 따로 놀려고 한다”는 인식을 주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불안을 해소해 줘야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문이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이처럼 서투르게 북한을 다루지 않았다.

정부는 결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원칙은 견지하되 금강산관광 중단 위협 등 예상되는 향후 북의 상투적 공세에 흔들려선 안 된다. 자칫하면 남북대화도 놓치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속에서 우리 처지만 비참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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