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정호]수도권 문제, 수도권이 해결하게 하라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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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8만 명이던 경북 군위군의 인구는 40년 후인 2004년에 2만9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이 지역의 중심도시인 대구의 인구는 같은 기간 81만 명에서 254만 명으로 3배가 넘게 늘었다. 대부분 군위를 포함한 주변 농촌 인구를 흡수한 결과다.

군위 같은 곳의 인구가 줄어든 것은 대구에 공장과 새로운 학교가 생겨나면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딸들이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옮겨 갔기 때문이다. 대구의 발전으로 농촌의 인구는 줄었지만, 농민들 각자에게는 축복이었다. 군위에서 대구로 간 사람들의 소득이 늘었을 것은 당연하고, 농촌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성장의 과실이 돌아갔던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군위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이 지역 주민 각자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대구의 발전은 군위사람들에게도 이익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현상을 정반대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대구의 발전은 농촌의 해체와 피폐를 초래했고,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했다. 공장과 학교가 군위 같은 농촌 지역에 골고루 들어서지 않고 대구에만 집중됨으로써 교통 혼잡이 가중되고, 땅값이 올라가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따라서 대구로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대구에 기업과 대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나 학교의 상당수가 군위를 비롯한 인근 농촌 지역으로 분산되어 지역균형개발이 달성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런 논리에 기초해서 군위, 칠곡 같은 주변 지역 군수들이 대구의 기업 유치활동이나 학교 입지를 방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농촌의 인구는 줄어들지 않고, 대구의 인구는 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지역에서 군수들의 정치적 인기는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기회는 사라졌을 것이다. 대구에서의 입지가 막힌 기업 중에는 간혹 군위 같은 곳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아예 이 지역을 떠나거나 투자를 포기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한다면, 대구를 막아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것보다 기업과 학교의 자유로운 입지를 허용하고, 사람이 농촌에서 대구로 일자리와 학교를 찾아 옮겨가는 편이 대구 시민은 물론 농촌 사람들에게도 이익이었다. 군위를 위해 대구를 억제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일이 수십 년간 자행되어 왔다. 이번에도 새로 당선된 경기지사, 서울시장, 인천시장이 합심해서 수도권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니까 다른 시장들과 도지사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수도권에 기업이 들어선다고 해서 지방민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데도, 약간의 반사이익이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수도권의 기업과 학교 입지를 억제해 왔다. 그것을 통해서 비수도권의 인구가 더 많아질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전체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수준은 낮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수도권 억제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자기 지역에서의 정치적 인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을 발전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건 지역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해야 한다. 다른 지역의 발전을 억제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희생이 크다. 수도권에서 거부당한 투자는 지방으로 가기보다는 다른 나라로 가거나 아예 투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에 산업과 인구가 너무 많아져서 혼잡해지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그건 수도권 자치단체장들과 주민들이 걱정하고 해결할 일이다. 혼잡 때문에 수도권을 억제해야 한다고 비수도권 단체장들이 요구하는 것은, 부산의 교통이 혼잡하다고 대구시장이 부산의 산업 시설 억제를 요구하는 격이다.

게다가 인구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살기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를 발표했던 1966년 서울의 인구는 380만이었다. 지금 그 인구가 거의 세 배로 늘었지만, 서울의 생활환경은 여러 면에서 40년 전보다 좋아졌다. 지역민의 소득이 높아지면 투자능력이 커져서 환경도 교통도 문화도 향상된다. 수도권의 혼잡 문제는 수도권의 자치단체장들과 주민들에게 맡겨 두는 것이 옳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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