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 탄핵’ 票心 더는 거스르지 말아야

  • 입력 2006년 6월 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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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예상대로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여당이 기록한 최악의 패배다. 1960년 4·19혁명 직후 7·29총선에서 민주당이 민의원 233석 중 175석(75%)을 석권하고, 자유당은 겨우 2석을 얻어 사실상 전멸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노무현 정권 3년 3개월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탄핵(彈劾)’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04년 노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탄핵안 의결에 반발해 국회 과반 의석을 여당에 몰아주었던 국민이 이번에는 노 대통령과 여당의 실정(失政)을 응징한 것이다. 투표율이 2002년 지방선거보다 높아진 것도 ‘집권세력에 대한 분노를 보여 주려는’ 표심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의 평안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역(逆)발상’ 운운하면서 민심에 역행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역주행 정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꾸로 갔다. 지난해 4·30 재·보선에서 국민이 보낸 ‘23 대 0’이란 경고 신호도 무시했다. 3년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低)성장과 무거운 세금에 국민은 허리가 휘는데도 세계적으로 이미 퇴조한 사회주의적 좌파 정책으로 경제 침체와 사회적 갈등을 부추겼다. ‘자주’와 ‘민족’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금가게 함으로써 ‘동북아의 외톨이’로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노 대통령과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 거듭 확인된 민심조차 편한 대로 해석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또 ‘꼼수’로 상황을 돌파하려 든다면 국민과 역사로부터 처절하게 버림받고 말 것이다. 독선과 오만으로 국민을 괴롭혀 온 데 대해 사죄하고 이제라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실용과 민생에 맞춰야 한다. 인적 청산도 해야 한다. 개각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벌써 청와대는 “여당의 지방선거 참패와 대통령을 연결하는 것은 억지”라며 ‘국민적 심판’의 의미를 부인하는 모습이다. 전현직 장관급 인사들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경기 충남 경남 등 7곳의 시도지사 후보로 징발하는 ‘다걸기(올인)’를 하고도 ‘대통령 무관론’을 편다면, 바로 그런 청와대식 사고방식이 여당 참패를 낳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노 대통령이 ‘시대정신’이라고 강변했던 ‘노무현 코드’를 전면(全面)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권(與圈)이 정계 개편을 통한 정치판 흔들기를 꾀하는 것도 성난 민심에 기름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이런 ‘꼼수 정치’로 반전(反轉)을 노린다면 국민이 더는 속지 않을 뿐 아니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1년 9개월의 남은 임기만이라도 ‘상식(常識)의 국정’을 펴는 것만이 집권세력에 남은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다.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략적 ‘북한카드’로도 국민을 속이지는 못할 것이다.

한나라당도 ‘내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님을 잘 알 것이다.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니라 ‘여당의 패배’일 뿐이다. 수권 정당으로서 비전과 대안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대권 싸움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만 일으킨다면 국민적 분노가 한나라당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으니 대선에선 또 지는 거 아닐까’ 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국민은 ‘선거 이후’를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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