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여초(女超)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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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에서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의 출생 비율은 100 대 105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비율이 같아야 하는데도 남자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나는 것은 흥미롭다. 전쟁 등으로 남자의 사망률이 높고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전체적인 남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다. 종족 보존을 위해 인간의 유전자(DNA) 속에 입력된 결과일 것이다.

▷남녀 성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2004년 동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쓰나미)의 희생자 중에는 여성이 많았다. 일부 지역에선 여성 사망자가 80%에 이르렀다. 자녀를 구하려고 애쓰다 희생된 여성이 적지 않았다. 강력한 파도를 피하기도 남자보다 어려웠다. 해당 지역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는 병사들과 결혼할 여자가 부족하자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축제를 열어 이웃나라 사비니 사람들을 초대한 뒤 여자들을 약탈한 것이다. 이 일로 로마와 사비니는 전쟁을 치렀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여자가 남자보다 많아진 것으로 통계청 조사에서 밝혀졌다. 남아 선호 사상이 강한데도 여초(女超) 현상이 나타난 것은 충격적이지만 예고된 일이었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평균수명이 긴 여성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50대 이하의 인구 중에는 여전히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남자가 적은 데 따른 부작용이 당장 심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

▷인구구조를 보면 그 나라의 성장 잠재력과 사회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의 14세까지 유소년 인구는 1970년에 전체인구의 42.1%에 달했으나 이번 통계에선 19.1%로 반 이하가 됐다. 조만간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빚어질 게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멀어진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남자가 부족한 사회에선 여성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성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나설 때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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