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블’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셈인가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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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그제 “정부 고위 관료들이 직접 나서서 어느 시점까지 강남 아파트 값이 몇 %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또 “관료들의 예측이 맞지 않으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론’만 되뇌는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시의 적절한 경고다.

재정경제부는 청와대발(發) ‘버블 붕괴론’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재경부 세제실장은 올 하반기부터 강남 집값이 20∼30%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버블이란 자산의 실제 가치보다 시장가격이 과대평가된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가치를 정확히 가려낼 방법은 없다. 그런데도 정부가 버블의 붕괴 시점과 하락률까지 제시했으니, 붕괴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생겼다.

버블이 붕괴되면 더 큰 문제다. 그 후유증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원화 버블의 붕괴인 외환위기가 그처럼 파국적 재앙을 불러올지 누가 알았는가. 노무현 대통령도 어제 “어느 나라 경제든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가 꺼질 때 그 경제가 위기에 처하거나 장기 침체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는 한 목소리로 “후유증은 없을 것”이란 근거 없는 낙관만 하고 있다.

재경부는 버블 붕괴를 마치 ‘여드름 짜기’라도 되는 양 가볍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2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대출 가운데 상당액이 강남권 등 버블지역에 유입된 상황에서 집값 폭락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대출 회수와 집값 하락, 금융권 신용하락의 악순환을 부른다.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겹치면 장기 불황을 낳게 된다.

정 총장은 “부동산 값을 잡으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현행 부동산 정책은) 정권이 끝나도 안 바뀌고, 바꿀 수도 없다”고만 말할 때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 연착륙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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