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도 중국 두려워하고 빌 게이츠 길러라”

  • 입력 2006년 5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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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李光耀·고문장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어제 고려대에서 열린 인촌(仁村)기념강좌에서 “한국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20년 후면 중국이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인도도 중국의 60∼70%는 따라잡을 것”이라며 인도의 존재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리 전 총리처럼 한국의 경쟁력 문제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다. 리 전 총리는 26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싱가포르를 작은 무역항에서 아시아 최고의 경쟁력 있는 국가로 키워 낸 지도자다. 그의 형안(炯眼)과 통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는 방한 중 “노사 간, 정당 간에 싸우는 에너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라”는 충고도 했다. 노조의 과격 투쟁으로 자멸해 가고, 편 가르기 정쟁(政爭)에 익숙해진 한국인에게 국제 경쟁력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의 이익이나 나눠 먹고, 경영에 간섭하고, 일자리나 보장받기 위해 ‘붉은 띠’를 두르는 것만이 노조의 본분은 아니다. 정치권도 정략적 이득만을 노리고 만사를 정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 능사인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또 리 전 총리는 “한국도 빌 게이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이츠 회장 같은 최고경영자(CEO)가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창의력과 리더십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미래를 밝혀 줄 수 있는 인재를 키우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깊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말없이 국민을 먹여 살리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걸출한 기업인들이기 때문이다.

리 전 총리는 “한국은 외국에 ‘갈등의 국가’로 비친다”며 리더십, 정부 안정성, 정책 일관성을 성공 요건으로 제시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하되 꼭 필요한 것을 딱 집어냈다. 그의 고언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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