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온몸에 2도화상 서정은양 김태희씨와 촬영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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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권영호 씨가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탤런트 김태희 씨와 함께 서정은 양(왼쪽에서 네 번째) 등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권 씨는 이날 찍은 사진으로 화보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사진작가 권영호 씨가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탤런트 김태희 씨와 함께 서정은 양(왼쪽에서 네 번째) 등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권 씨는 이날 찍은 사진으로 화보집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 줄 예정이다. 홍진환 기자
본보-한국 재단 ‘소원들어주기’ 캠페인

《“정은아, 김태희 언니가 얼마 전 완도에 광고를 찍으러 온 그 탤런트보다 예뻐?”

“아유∼ 엄마 촌스럽긴. 태희 언니가 연예인 중에 제일 예뻐.”

14일 오후 전남 완도군에 사는 서정은(14) 양은 엄마 강모(42) 씨에게 너무 뻔한 것을 묻는다는 듯 말했다.》

정은이는 9일 탤런트 김태희 씨를 만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이 설레 잠까지 설쳤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인을 받아 달라’는 청을 다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아 꾹 참았다.

정은이는 김 씨를 만나기 이틀 전인 15일 서울에 올라왔다.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잡기 위해서다. 그는 화상 흉터를 지우기 위해 벌써 7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정은이는 늘 전교 1등을 차지하고 얼굴도 예뻐 다니던 초등학교의 마스코트로 불렸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02년 잠이 든 사이에 누전으로 집에 큰불이 나 온몸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기도에 입은 화상이 심해 사망할 가능성이 75%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서 양의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은이는 화상 때문에 2년간 말도 못할 정도였다. 얼굴과 손, 목 부위에도 심한 흉터가 남았다. 그는 거듭된 수술을 받으며 점차 회복해 지난해 검정고시를 치러 초등학교 졸업 자격을 따고 친구들보다 1년 늦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

서 양의 부모는 집이 모두 불에 탄 데다 딸의 수술비를 대느라 나루터 근처 컨테이너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평소 서 양을 치료해 온 한강성심병원은 본보와 함께 ‘꿈은 이루어진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에 서 양의 소원을 대신 신청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서 양이 사진 찍기와 탤런트 김 씨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은이와 비슷한 소원을 신청한 백혈병 환자 2명, 화상 환자 1명, 어린이 1명 등 4명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17일 김 씨를 만나기 전 서울 명동의 전문 아동복 매장에서 원하는 옷을 한 벌씩 맞추고 미용실에서 연예인처럼 머리를 매만지고 화장도 했다. 이들을 도와준 ㈜한국야쿠르트 ‘사랑의 손길 펴기회’ 소속 자원봉사자 유화수(26·여) 씨는 “화상을 입어 피부가 손상됐기 때문에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메이크어위시재단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김 씨가 약속 장소인 서울 하얏트호텔 20층 스위트룸에 나타나자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했던 아이들은 막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옷매무새를 다듬어 줬다. 그는 사진을 촬영할 때 “고개를 약간 더 기울이고 웃어”라며 자연스러운 자세를 알려주기도 했다. 유명 사진작가 권영호 씨가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1시간 반 동안 짧지 않은 촬영을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 가자 아이들은 김 씨에게 준비했던 질문을 쏟아냈지만 수줍음이 많은 정은이는 웃기만 했다.

김 씨가 “정은이는 바닷가에 사는구나. 언니도 부산에서 태어났는데…”라며 말을 붙였다. 정은이는 그제야 “저희 동네에 오시면 신선한 생선을 많이 먹을 수 있어요”라며 김 씨를 완도로 초청했다.

이들이 헤어지기 전 촛불이 꽂힌 초콜릿 케이크가 준비됐다. 김 씨가 “얘들아 소원 빌어야지”라고 말하자 정은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외쳤다. “벌써 소원은 이뤄졌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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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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