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위원장은 “(출총제는) 문제가 많다 보니 많은 예외가 있어서 어디까지 예외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무 최고 당국자도 모르는 제도를 기업들이 어떻게 알겠나.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도개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는 대안을 찾은 다음에야 출총제 폐지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안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금산분리 완화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 정부가 이런 악성 규제들을 방치하니까 국가경쟁력이 더 추락하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출총제를 신줏단지 모시듯 해 왔다. 그 결과 상장기업들은 금고에 70조 원을 쌓아 놓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는 이익 상충, 부실 전가, 경제력 집중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위원장은 “현행 금융시스템은 금융이 산업자본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금융을 외국 투기자본의 잔치판으로 전락시킨 금산분리원칙을 고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경제는 디지털 시대인데 정부규제는 이중적이고 과잉이다”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출총제 폐지에 착수해야 한다. 금산분리원칙의 완화에 관한 구체적 일정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선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