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올 초 ‘상속세 완화’ 논의

  • 입력 2006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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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최근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올해 초 마련한 조세개혁 보고서에선 ‘세계적 추세’라고 명시했다. 박영대 기자
재정경제부는 최근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지만 올해 초 마련한 조세개혁 보고서에선 ‘세계적 추세’라고 명시했다. 박영대 기자
상속·증여세 폐지 불가 방침을 밝힌 재정경제부가 올해 초 작성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보고서에는 “상속·증여세 폐지나 완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부의 조세개혁방안은 또 상속세 과세기준을 현행 ‘유산총액’에서 ‘상속인별 유산 취득금액’으로 바꾸고, 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담고 있다.

이는 최근 재경부 고위 관계자들이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흐름이라는 주장은 잘못이며 세율을 내릴 계획도 없다”고 밝힌 것과는 배치된다.

○ 겉 다르고 속 다른 재경부

보고서는 “최근 상속·증여세제의 세계적 흐름은 이들 세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라며 “국제 추세와의 조화를 위해 과세 기준 등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2010년에 상속세를 폐지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이미 폐지했다고 언급했다. 상속세만 폐지한 국가로는 뉴질랜드와 포르투갈을 예로 들었다.

이는 재경부도 현재의 상속·증여세제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속내와 달리 권혁세 재경부 재산소비세제국장은 16일 “아직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상속세를 물리는 만큼 상속세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상속세 완화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

○ “증여 부담 줄여 성장 도모”

재경부의 보고서는 또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증여세율을 상속세율보다 낮추는 방안도 담고 있다.

이렇게 하면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재산을 많이 물려주게 돼 시중 자금이 늘어나면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이 이런 목적으로 증여세율을 상속세율의 절반 수준으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기업인이 공장이나 사옥 등 사업용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 특례를 두는 방안도 거론했다.

최명근(조세법학) 강남대 석좌교수는 “현행법은 부모 사망일 이전 10년 안에 증여한 재산도 상속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긴다”며 “상속으로 간주하는 범위를 좁히면 증여 부담이 감소해 증여하려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 유산취득금액에 따라 과세

현재 상속세는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증여세는 개인이 증여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재경부 보고서는 이에 대해 “독특한 과세 체계여서 불합리한 세금 납부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혼이나 재혼이 늘면서 공동상속인이 많아지고 상속인별 상속금액이 큰 차이가 나는데도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겨 일괄 납부토록 하는 것은 개인별 담세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개인이 상속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상속금액이 많을수록 세 부담도 커지는 체계다.

성균관대 안종범(경제학) 교수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약해지지는 않겠지만 세 부담 탓에 자본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증여세에 대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과 최근 정부 입장 비교
구분중장기 조세개혁방안최근 입장
국제 추세미국, 호주, 스웨덴이 상속·증여세를 없애는 등 폐지나 완화가 세계적 흐름영국, 프랑스, 독일 등 아직 상속·증여세 물리는 국가가 많은 만큼 세계적 흐름으로 보기 힘듦
세율 조정증여세율을 상속세율보다 낮게 조정할 필요 있음상속세율 조정계획 없음
과세 기준유산총액에서 상속인별 취득유산으로 전환언급 없음
과세 범위사업용 재산 증여 때 특례 인정 검토모든 이익에 대해 과세(포괄주의)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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