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親北행위 과거사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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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과거사 규명 활동에 들어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가 우선조사 대상에 선정한 사건은 모두 388건이다. 거의 대부분인 382건은 6·25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이다. 학살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초점이다. 사건의 가해 혐의자가 국군 경찰 미군인 경우가 365건인 반면에 인민군 빨치산인 경우는 17건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이 남한 쪽에 편중돼 균형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준다.

▷과거사 정리 기본법은 진실 규명 대상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를 포함시키고 있다. 여야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나마 야당의 요구가 통해서 포함된 조항이다. 남한의 인권 침해를 다루려면 그 원인이 됐던 친북 행위도 함께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언뜻 형평이 맞춰진 것 같아도 이 조항에는 한계가 있다. 친북 행위 가운데 테러와 인권유린 폭력 등으로 대상을 좁혀 놓았기 때문이다. 광복 이후 남한의 안정된 치안상황에서 친북 세력이 테러나 폭력을 행사할 여지는 별로 없었다.

▷과거사위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민간단체로 ‘친북 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25일 발족된다. 이들은 대한민국에 부정적인 역사관을 지닌 세력에 의해 과거사 규명이 편향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좌익 사건 중에서 친북 및 반국가활동에 해당하는 범죄사실이 분명히 있는데도 전체를 조작이나 허위로 몰아가거나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키는 일을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비판적 대응 조사에 나설 태세다. ‘역사 전쟁’의 전운(戰雲)이 느껴진다. 현 정권이 이런 대응을 자초했다. 한쪽의 편향된 움직임은 반드시 다른 편의 반작용을 부르는 법이다. 애당초 현실 권력이 역사를 마름질하겠다고 설치는 것부터가 반역사적이고 무모한 오만이다. 아무튼 기왕에 이런 상황이 됐으니 친북 행위 규명위가 ‘반(反)대한민국의 역사적 실체’를 최대한 밝혀내기를 기대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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