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제균]황당한 이야기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코멘트
#1

11일로 개업 한 달을 맞은 ‘섬횟집’은 말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8개나 되는 방과 마루의 테이블들은 꽉 찼다. 개업 당시 여주인은 ‘세 사람이 와서 8만, 9만 원이면 먹을 수 있는 중저가 횟집’이라고 말했으나 8만, 9만 원짜리 한 접시론 기별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한 접시 더….

결국 웬만한 일식집에 맞먹는 돈을 냈지만 맛은 괜찮았다.

미각이 주는 즐거움과 전직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자 현직 대통령정무특보가 청와대 코앞에서 장사를 하는 모럴 해저드가 주는 씁쓸함이 묘한 충돌을 일으켰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열지 않았다면, 장소가 청와대 앞이 아니었다면 개업 한 달 만에 이런 성황을 이룰 수 있었을까. 게다가 나처럼 호기심으로 찾아온 뜨내기손님까지 합치면 애초부터 공정경쟁 위반이다.

입만 열면 ‘부의 대물림, 학력 대물림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을 떠들면서 권부의 코앞에서 버젓이 이루어지는 불공정 경쟁에는 눈을 감는, 남의 허물은 수십 년 전 것까지 캐면서 자신들의 현재 허물은 “먹고살려고 한다는데”라고 덮어버리는, 이 ‘관대함’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 특보에게 직접 200만 원을 주면 뇌물이고, 이 특보의 부인이 하는 횟집에 자주 가서 300만 원어치 팔아주면 뇌물이 아닌지, 헷갈릴 따름이다.

#2

프랑스에서 살면서 TV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때리는 유럽의 시위 장면을 많이 봤다. 무장한 경찰이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개 패듯’ 몽둥이를 휘둘렀다.

틀림없이 과잉진압이나 인권침해 기사가 나올 것 같아 다음 날 조간신문을 눈을 씻고 뒤져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시위대가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면 가해지는 경찰의 폭력은 시민들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가끔 유럽 TV에 정반대의 시위가 등장한다. 시위대가 몸을 날려 몽둥이로 방패 뒤에 숨은 전경을 가격하는 장면, 경찰에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모습 등 활극이 따로 없다.

한국 시위대가 경찰을 때리는 생소한 모습은 유럽인들에겐 흥미로운 기사다. 몇 번이고 주요 뉴스로 방영된다. 이제 경찰에 이어 군인까지 맞는 장면이 외국 TV에 방영돼야 하나.

#3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은 “물리력 화학력을 다 동원해 사립학교법을 저지하겠다”(강재섭 당시 원내대표)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거사 당일인 9일 의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모이는 바람에 점심도 굶고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에 맥없이 당했다. 역시 점심은 꼭 챙겨 먹는 ‘웰빙당’이었다.

이달 초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공관까지 점거한 것은 ‘웰빙당’으로선 파격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회의 때는 뜬금없이 의원총회를 하려다 부동산 관련법 등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줬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줄 몰랐다”는 박근혜 대표의 말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아이들끼리 편을 갈라 하는 닭싸움도 이렇게는 안 한다.

이후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은 ‘독립군 장수 밑에 만주군 병사’ 운운하며 의원들을 탓했지만, 장수든 병사든 똑같이 ‘당나라 군대’ 같다는 게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낯 두꺼운 여권과 공권력 행사를 포기한 정부, ‘당나라 군대’ 같은 야당, 어디에도 마음을 줄 수 없는 국민만 불쌍하다.

박제균 정치부 차장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