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표된 2008년 대학 입시안에 따르면 학교생활부 반영비율이 5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어 내신이 중요한 꼭짓점으로 부각되었다. 작년 말 7개 주요 대학은 학생부 비중을 축소하고 대학별 고사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내신 강조로 선회했으니, 교육인적자원부가 기획 연출한 작품이자 관제(官製) 입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학교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은 기본점수를 높게 책정하여 학생부의 실질반영률을 낮출 것이고, 이를 통제하려는 교육부는 실질반영률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래저래 대학과 교육부 사이의 밀고 당기는 게임은 계속될 것 같다.
현재의 대입에서는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므로 3년 동안의 학교 성적이 거의 무효화되고 단 한판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리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이에 비해 2008년 대입에서는 내신의 비중이 높으므로 리스크 분산이라는 점에서 개선된 면이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3년 동안 12번의 예비 수능을 치르고 진짜 수능, 그리고 대학별 고사, 이렇게 모두 14번의 시험을 거치게 되었다고 아우성이다.
대부분의 사회 제도는 엇갈린 이해관계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더욱 뚜렷하게 명암(明暗)이 교차한다. 여기에는 학교가 지닌 다중적 기능이 일조하고 있다. 학교는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자아실현을 돕는 ‘교육적’ 기능을 우선으로 하지만, 인력을 선발하고 사회적 지위와 부를 배분하는 ‘사회적’ 기능도 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을 전수하는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고, 유형무형의 문화유산을 후대에 계승시키는 ‘문화적’ 기능도 한다.
교육의 상호 갈등적인 기능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수많은 문제가 상존하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가 되어 교육 정책에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만 교육을 향한 모순적인 기대와 요구를 동시에 열어 줄 마스터키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앞세우기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한 학교 밖 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내신 비중을 높이는데, 모든 것을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부모의 사교육 의존적인 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 당국에는 두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학생과 학부모가 더는 ‘피곤한’ 입시제도 변천사에 시달리지 않고 얼마간이라도 안심하고 앞을 내다볼 수 있게 대입의 시계(視界)를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뀐다. 사교육을 잡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입시제도를 바꾼다지만 사교육은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둘째, 교육정책이 정치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교육 마인드를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강북 표를 의식한 서울 학군 광역화 방안, 실업계 학부모를 겨냥한 실업고 특별전형 확대 방안 등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안을 불쑥 던져 보는 식의 행태는 이제 제발 사절이다. 교육 당국이 정책의 항상성(恒常性)을 추구하면서 교육 마인드를 중시하고, 여기에 학부모의 의식 변화가 수반된다면 얽히고설킨 교육 문제를 풀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박경미 객원논설위원·홍익대 교수·수학교육kpark@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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