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유자茶 경쟁력’

  • 입력 2006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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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쟁력은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밀리는 신세다. 중국산은 이제 농수산물이나 양말 같은 싸구려 경공업 제품만이 아니다. 우리 철강업계는 싼값을 무기 삼은 중국산 때문에 바싹 긴장하고 있다. 중국제는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액정표시장치(LCD)TV 같은 가전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이얼’은 5년 안에 한국 내 ‘3대 가전’으로 자리 잡겠다고 공언한다.

▷중국은 석유화학 섬유 통신기기 가전에서 우리 기술에 95%까지 쫓아왔다. 5년 후에는 거의 전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산업은행은 분석했다. 이동통신과 단말기 기술 격차는 현재 2년 정도이지만, 5년 지나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이 1.5년, 통신장비가 0.5년 차에 불과할 것이라고 산업자원부가 전망했다. 황사(黃砂)보다 무서운 기세로 덮쳐 오는 중국제에 당하지 않으려면 고부가가치화, 첨단화, 고도화밖엔 길이 없다.

▷일본의 경쟁력은 가까이하기엔 아직도 너무 멀다. KOTRA 도쿄무역관은 “한국산 가운데 유자차 정도가 일본산을 능가한다”고 자학(自虐)에 가까운 보고서를 냈다. 한 해 일본열도에서 팔리는 현대자동차는 대소형 다 합쳐도 3000대가 안 된다. 도요타 ‘코롤라’의 품질 수준을 100으로 놓았을 때 현대차는 80∼85,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90∼95라는 분석이다. 세계시장 1위 수출품은 한국이 9개, 일본이 47개다.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수입 부품과 기술 덕에 성장해 왔다. 첨단기기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도 국내 고용이나 가계소득 증가, 내수산업 회복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세계 최대 인구의 중국, 최고 수준의 기술국에 경제 대국인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한국이다. 문득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메기론’을 생각하게 된다. 미꾸라지 기르는 논에 메기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훨씬 통통하게 자란다는 얘기다. ‘메기’ 같은 일본과 중국에 치이고 쫓기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 초일류로 커 가는 한국이라야 한다. 나라 안에서건 밖에서건 경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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