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문법의 위헌성 스스로 입증한 정부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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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유통원이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문화관광부 문화미디어 국장이 당연직 이사(理事)가 되도록 정관을 바꿨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제2차 이사회에서 김모 이사는 “정부 국장이 (유통원) 이사로 참여하게 되면 정부 개입 인상을 주게 돼 (설립 때는) 당연직 이사에서 뺐는데 정부와의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다면 이사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발언은 그제 한나라당이 공개한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신문유통원은 노무현 정권이 주도한 신문법 개정에 따라 국민 세금으로 신문 공동배달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설립된 법인이다. 이로써 정부가 처음부터 신문시장에 개입해 ‘코드 신문’을 지원하고 비판 신문은 옥죄기 위해 유통원을 만들었음이 분명해졌다. 각계의 위헌(違憲) 지적 속에 설립된 유통원이 ‘정부 개입 인상’을 주게 될까봐 당연직 이사 자리를 놓고 얕은꾀로 국민을 속이기까지 했으니 신문법이 위헌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어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2차 공개변론에서도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유통원에 대해 “정부가 시장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행하는 위헌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법에 보장된 자유로운 시장경제질서를 해친다는 뜻이다.

정부 도움으로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사가 ‘정부 감시’라는 언론 역할을 제대로 할 리 없다. 정부는 자력(自力)으로는 배달조차 어려운 신문사의 유통을 돌봐주는 대가로 친(親)정부 ‘코드 지면(紙面)’을 요구할 셈인가. 권위주의 정권 때도 없었던 신(新)권언유착이다. 동아일보가 신문법에 대해 지난해 3월 위헌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문법은 두 차례의 공개 변론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언론 자유를 부정하는 위헌 법률임이 드러났다. 언론 자유가 흔들리면 국민은 정권의 실정(失政)을 알 수 없고, 권력의 횡포를 막을 수 없다.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신문법에 대해 역사에 부끄러움 없는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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