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규진]취영루

  • 입력 2006년 4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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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업 경영의 중심축은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쏟는다. 이를 위해선 홍보도 중요하지만 역시 좋은 품질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재기(再起)가 거의 불가능하다. 김치에 기생충 알이 들어갔다거나, 만두소에 불량 단무지를 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해당 산업 전체가 휘청거린다.

▷국내 물만두 1위 업체인 취영루는 지난해 말 생산이력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주 흑돼지 프리미엄 물만두’에 표기된 이력 번호를 인터넷 사이트에 입력하면 사육 중에 돼지가 먹은 사료, 도축 및 가공정보 등을 알 수 있다. 2002년부터 위험재해요소 관리 시스템(HACCP)을 도입하여 완벽한 위생 관리를 해 오고 있다. 경기 파주 공장에 들어가려면 위생복에 위생 모자를 쓰고, 에어샤워실에서 멸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비자단체의 공장 견학도 끊이지 않는다. 2004년 6월의 만두 파동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취영루는 1945년 화교 성모 씨가 서울 프라자호텔 뒤에서 문을 연 중국음식점이었다. 이곳 물만두를 먹으려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고 한다. 만두 사업을 하던 박성수 사장은 만두도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만두로 유명한 취영루의 상호(商號)와 상표권을 2000년에 인수한 뒤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어 품질을 높였다. 매출액은 인수 첫해인 2000년 22억 원이었지만 2001년 59억 원, 2002년 180억 원으로 뛰었다.

▷지난해 가공 만두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성장했다. 군만두의 경우 670억 원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이런 만두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취영루는 어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통신판매업체인 씨앤텔과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우회 등록한 것이다. 박성수 사장은 “앞으로도 소비자 중심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집’에서 출발한 ‘취영루’ 브랜드가 피자헛이나 KFC와 맞먹는 국제 브랜드가 못 될 이유는 없다.

임규진 논설위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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