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신양균]‘공판중심 재판’ 제대로 하려면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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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극화라는 말이 유행이다. 그런데 이런 양극화가 형사재판에서도 존재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헌법에 보장된 재판받을 권리의 주체인 국민을 도외시한 채, 검사 변호사 법관이 전문용어를 주고받으면서 결론을 내리는 재판 현실이야말로 국민 따로, 법조인 따로 돌아가는 양극화의 현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최근 검찰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핵심내용이 지난해 4월부터 일부 지검에서 시범 실시하던 ‘증거분리제출’ 제도를 전국에 확대하여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증거분리제출 제도란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증거물이나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한꺼번에 제출하지 않고, 법정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과 공방을 벌이면서 필요할 때마다 한 건씩 제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증거를 분리 제출하게 되면 검사와 변호인이 법정에서 활발하게 공방을 펼칠 수 없게 된다. 작년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중요한 증인들에 대해 신문할 내용을 미리 제출하지 않자 변호인들이 사건을 제대로 변호할 수 없다며 반발했던 것도 그 한 예이다.

양극화의 해소는 현상에 대한 명확한 진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동안 형사재판에서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하여 피해를 본 사람은 피고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법원의 부당한 심증 형성을 차단하기 위해 증거를 분리 제출하는 것보다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필요한 때에는 언제든지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증거개시(discovery) 제도가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도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검찰이 밝힌 공판중심주의보다는 앞선 내용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률을 통한 제도화이다. 형사재판에서의 양극화가 입법을 통하여 올바로 해소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양균 전북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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