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등록금 놓고 포퓰리즘 경쟁인가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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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 절반 인하’를 거론하자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등록금 후불제를 들고 나왔다. 어느 쪽이나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솔깃해할 것을 알고 던지는 득표용 미끼가 아닌지, 현실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은 “전체 등록금 중 절반인 4조 원을 다른 곳에서 충당하면 된다”고 했지만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막연하다. 열린우리당은 “국채를 발행해 등록금을 대 준다”고 했으나 이는 결국 국민 세금이다. 졸업생이 일정한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안 갚아도 된다는데, 실업자라도 된다면 실업급여까지 이중으로 세금을 날리게 된다.

정치권이 국립대도 아닌 사립대의 등록금 문제에 개입하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며 헌법에 보장된 ‘대학의 자율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3불(不)정책으로도 모자라 정부가 등록금 수준까지 결정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 다양성 경쟁성을 해칠 뿐이다. 우리는 미국 대학의 경쟁력이 자율에서 나오고 있음을 본다. 반면 유럽 대학은 정부의 과잉간섭 때문에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무상교육을 자랑해 온 독일은 교육의 질이 계속 떨어지자 대부분의 국립대에서 내년부터 등록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지금은 대학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논할 때이지, 복잡한 인과(因果)를 따져보지도 않고 ‘등록금 선심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대학교육의 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1년치 대학등록금이 연간 국민소득 정도는 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1만5000달러시대의 적정 등록금은 1500만 원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교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에서 대학에 대한 공공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25위인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대학에 간섭하고 싶다면 지난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부실 대학’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을 포함한 교육의 질에서 대학 스스로 경쟁을 통해 개혁하도록 풀어 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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