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의 재산세 재량권 인정해야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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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재산세의 탄력세율 적용을 재해 발생 지역으로 국한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인하를 사실상 차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산세는 지역별 세수(稅收) 여건에 따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대표적 지방세이다. 이를 중앙정부 의도대로 매기려고 지자체의 재량권을 박탈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강조해 온 지방자치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다.

재산세율 탄력 적용에 따른 재산세 인하 논란은 서울 강남과 비(非)강남,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갈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공방이다.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재산세 탄력세율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부유층에 세금을 무겁게 물려 나머지 계층의 ‘배 아픈 심리’를 달래 주려는 의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시가에 근접시킴에 따라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의 재산세 부담이 급격 하게 늘었다.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의 잠정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최고 70%가량 급등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작년의 3배 가까이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지방세법이 허용하는 한도(50%) 안에서 재산세를 감면해 주는 것은 납세자들의 숨통을 터 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1가구 다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올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은 줄거나 제자리인데 실제 거주하는 집의 재산세가 한꺼번에 2∼3배 오른다면 중산층은 생활에 심각한 위협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지나치게 오른 재산세를 지자체가 조정해 주는 것을 집단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기만 할 것인가. 더욱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에서 세금을 지나치게 거두어 주민에게 고통을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지자체가 재산세를 조정해 주는데도 주민들의 부담 세액은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징벌적 성격의 재산세가 부과된 현실에서 탄력세율이라는 완충장치가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조세정책을 정치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부가 아니라면 고가(高價) 주택에 대한 세금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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