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엄주환]남을 돕는 건 결국 자신을 위하는 길

  • 입력 2006년 3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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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수목과 함께 우레탄 포장으로 잘 조성되어 있어 퇴근 후 산책하기 위해 자주 찾는 인근 체육공원에서 곧잘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생활습관 주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겠지만 그중 특히 내 시선을 끄는 커플이 있다. 50대 초반의 남성 시각장애인과 주위 사람의 연계로 도우미 역할을 하는 여성인데, 이들은 흰 노끈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정기적으로 밤에 순환코스를 달리며 건강을 다진다.

필자는 이들의 모습에서 인정이 메말라 가는 것을 걱정하는 우리 사회를 지금껏 지탱하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동력의 샘을 발견한다. 남을 위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과 가족, 사회 등의 도움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누구나 행복을 누릴 권리와 존엄성이 인정되고 물질적 풍요만이 아니라 신체적, 지적, 정신적 건강이 함께 보장되는 사회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 서비스가 사회적 합의하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루는 근간은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미풍양속인 상부상조의 정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산업 및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질과 경쟁력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한쪽에선 아직도 기초적인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이웃들이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양극화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그 해결 방안을 놓고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기본부터 살펴보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분배와 성장, 형평성과 효율성을 논하기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는 서구 선진사회와 어떤 차이점과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분석해야 하겠다.

1980년대부터 불어온 정보화와 신자유주의 사조의 영향으로 복지퇴조론이 증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복지 수준이 서유럽 국가 수준과 대등할 정도로 향상되었고, 서유럽처럼 복지의 초과 비용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경우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에 비하여 건강보험 혜택이 넓어지고, 국민연금 실시 등과 같이 복지부문 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복지의 비효율성, 즉 시장질서의 왜곡 우려보다는 아직도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즉 복지의 과잉이 아니라 복지의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개방화, 글로벌화되는 국제환경 속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시장기능의 강화와 규제완화 노력, 그리고 민간부문의 사회복지 참여와 같은 자유경제체제의 확대를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의 현실 문제인 고실업, 빈부 격차의 확대, 고령화로 인한 의존인구의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복지 확대 작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그 길이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성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며, 사회적 통합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길이라고 본다.

진정한 국가 경쟁력은 인적 역량을 키우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 안정적으로 우수한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체계 위에서 갖추어진다. 건강수명 연장을 위한 의료보장과 장애인 복지제도, 그리고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인수발보험제도 도입과 같은 복지 정책은 다른 산업 발전과 상생 및 시너지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의 따뜻한 정으로 사회를 한층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엄주환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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