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임시’아닌 임시이사…비리 막을 시스템을

  • 입력 2006년 3월 23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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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21일 학내 분규 등으로 임시(관선)이사가 파견된 사립대에서 임시이사들이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고 폭로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교육연합은 “임시이사회가 설립자와 협의 없이 학교를 제3자에게 팔기로 의결한 경우, 임시이사장 급여와 활동비로 2년간 6억 원을 지원한 경우, 종교계 사학의 정관에서 설립 이념을 삭제한 일도 있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지난해에는 그런 비리가 적발되지 않았다”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임시이사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 조치하고 임시이사 요건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교육연합의 주장 가운데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거나 배경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도 있다. 당연히 해당 대학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임시이사가 분규 대학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는 중고교 14곳, 전문대 7곳, 대학 12곳 등 33곳이나 된다. 하지만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가 정상화돼서 임시이사가 철수한 곳은 극히 드물다. 영남대는 17년째, 조선대는 18년째 임시이사 체제로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임시이사의 첫 번째 역할은 학교 정상화이다. 분규 요인이 해결되면 바로 철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가능하면 설립자에게 되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임시이사가 상근일 경우 급여를 지원하고 이사장에게는 비서와 운전사까지 지원해 준다. 이러다 보니 학교 정상화보다 자리 유지에 관심을 보이는 인사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임시이사들이 오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심성 정책을 쓰는 경우도 많다. 불만 무마용으로 형편에도 맞지 않게 교직원 급여를 올려 분규 대학의 급여가 멀쩡한 대학보다 더 높은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교육연합이 제기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도 이 기회에 임시이사제도가 올바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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