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연금개혁 미루는 ‘정치권의 罪’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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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장관도 안 내던 국민연금인데 폐지하면 안 되나요?”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무조건 찍겠습니다.”

본보의 ‘국민연금 이대로 둘 것인가’ 시리즈 1부 기사가 13일부터 연재되자 동아닷컴은 물론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 수천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처럼 무겁고 딱딱한 주제에 대해 이처럼 많은 댓글이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들의 설명이다.

본보 특별취재팀에는 국민연금 제도에 항의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e메일이 쇄도했다. 이 같은 반응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댓글이나 e메일에는 국민연금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반응이 많았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데 국민연금 보험료를 안 낸다고 트럭까지 압류당했다”는 트럭 행상 아저씨, “국민연금이나 세금에 대한 말만 나오면 평범한 월급쟁이들은 피가 거꾸로 흐른다”는 중견기업 회사원도 있었다.

국민연금이 얼마나 많은 국민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특별취재팀이 도움말을 구한 수십 명의 대학교수, 연구기관 박사 등 연금 전문가들도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그냥 가자”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연금이 뭔지도 잘 모르고, 관심조차 보일 수 없는 ‘말 못하는’ 다음 세대가 아닐까.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현 세대의 노후를 위해 매일 하루 800억 원씩 자식 세대에 짐을 떠넘기고 있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이를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표현한다.

현 정치권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는 자식 세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은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연금 수술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는 곧 치러질 지방선거, 내년의 대통령 선거, 2년 뒤 실시될 총선이다.

지금의 연금제도를 고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유일한 집단은 정치권이다. 정치권은 연금제 수술을 통해 국민과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와 용기를 보여 줘야 한다. 더 늦으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빚어진다.

김광현 사회부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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