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봉사 입법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 논쟁의 진정한 이슈는 국가안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교나 좌우 이념의 잣대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이는 ‘다수자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심지어 그들이 싫어하는 종교를 믿는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하려는 의지가 한국 사회에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젊은이가 비군사적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엄청난 군사대국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만일 이 제도의 남용을 염려한다면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국가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살생을 거부하는 것 외에는 납세를 포함해 국법을 지키고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는 시민일 것이다. 꼭 그들을 전과자로 낙인찍어 어둠 속에서 일생을 살도록 해야겠는가. 그들도 사회에 공헌하고 떳떳한 시민으로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지난 50년 동안 옛 공산권 나라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가 큰 진전을 이뤘다. 한국에도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군사독재 시대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가 되었다.
백호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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