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호정]‘대체복무’ 소수자 인권 중시를

  • 입력 2006년 2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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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3년에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에 대한 명시적 차별은 1960년대에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인도한 대규모 시위의 ‘혁명’을 통해서야 극복되었다. 이처럼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에서 차별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동등한 기회 법’을 통해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어떤 사람도 성이나 종교, 인종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 구직이나 입학에서는 소수자를 위한 쿼터 덕분에 여자와 흑인들이 오히려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봉사 입법을 둘러싼 논쟁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 논쟁의 진정한 이슈는 국가안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교나 좌우 이념의 잣대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이는 ‘다수자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심지어 그들이 싫어하는 종교를 믿는 소수자의 인권도 보호하려는 의지가 한국 사회에 있는가’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젊은이가 비군사적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엄청난 군사대국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만일 이 제도의 남용을 염려한다면 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주주의란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양심을 존중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국가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살생을 거부하는 것 외에는 납세를 포함해 국법을 지키고 주어진 의무를 다하려는 시민일 것이다. 꼭 그들을 전과자로 낙인찍어 어둠 속에서 일생을 살도록 해야겠는가. 그들도 사회에 공헌하고 떳떳한 시민으로 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지난 50년 동안 옛 공산권 나라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가 큰 진전을 이뤘다. 한국에도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도 군사독재 시대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소수자를 이해하고 포용할 때가 되었다.

백호정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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