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친디아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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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산맥이 가로막지 않았더라면 중국과 인도는 전면전(全面戰)을 벌여도 여러 번 벌였을 것이다. 1959년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폭동에 인도가 군대를 지원하고, 달라이 라마에게 은신처를 제공함으로써 양국 관계는 급격히 악화됐다. 1962년과 1975년에는 국경에서 충돌을 벌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러나 두 나라는 지난해 구원(舊怨)을 접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다. 인도는 최근 티베트를 중국 영토라고 인정했다. 의리보다 실리를 위한 선택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중국과 인도는 가난한 농업국이었다. 양쪽 다 1인당 국민소득이 하루 1달러 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인도 인구의 3분의 1은 여전히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데 중국은 13%만 그렇다. 중국의 수출은 연간 6000억 달러로 인도의 6배다. 인도가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 속도가 더딘 이유로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여성 인구의 반 이상이 문맹(文盲)이며 부패와 규제가 심한 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연 7% 안팎을 기록했다. 인도가 중국이 이룩한 20년 고도성장을 재현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지금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어딜 가나 ‘인도’를 만난다. 인도는 이곳에서 ‘새로운 중국’으로 불린다. 포럼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다보스에서는 중국에 관한 얘기로 넘쳤다. 올해에는 인도에 목소리를 낼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중국과 달리 민주주의의 강점도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도는 ‘신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기술 산업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하면 23억 명(중국 13억 명, 인도 10억 명)으로 세계 인구의 39%를 차지한다. 비단 인구뿐 아니라 두 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은 고성장 지역이다. ‘친디아(Chindia)’, 즉 중국과 인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계는 고민하는데 한국은 어떤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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