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천광암] ‘호리에몬’의 몰락,日의 후속조치 궁금해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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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스타’의 화려한 몰락이었다.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사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전격 체포된 23일 밤, 일본의 신문사 윤전기들은 호외를 토해내느라 숨이 가빴다.

민영 TV들은 헬리콥터를 띄워 그를 태운 밴이 도쿄구치소로 가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구치소 앞에서는 200여 명의 기자가 추위에 떨며 기다렸다.

도라에몬은 일본에서 모든 세대에 걸쳐 가장 폭넓게 사랑받는 만화캐릭터다. ‘호리에몬’이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호리에 사장의 인기에도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TV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린이들은 “커서 호리에몬처럼 될래요”라고 외쳤고, 한류에 푹 빠진 주부들은 “용사마보다 좋다”고 합창했다.

가정과 직장에 숨 막히는 위계질서를 만들어 놓고 군림해 온 ‘오야지(중년 이상의 남자를 비하하는 말)’들이 30대 젊은이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질려버린 주부들과 꿈을 질식당한 젊은이들은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이런 호리에몬이 용의자로, 벤처연금술이 주가조작극으로 반전되는 순간 박수는 멎었다. 깜깜한 엄동설한의 구치소가 마지막 장면이었다.

하지만 현명한 관객이라면 아직은 자리를 뜰 때가 아니다. 이제부터 2막, 일본인들의 장기(長技)인 ‘실패학’이 상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 때 신속하게 현장 치료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때를 놓쳐 숨진 이가 많았다.

일본인들은 이 실패를 거울삼아 ‘폐허 밑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지난해 4월 발생한 JR 후쿠치야마(福知山)선 열차탈선사고 때 처음으로 가동했다.

사고 후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정밀 조사해 온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말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막을 수 있었던 죽음=0’이었다. 107명이 희생됐지만 현장의료가 잘못돼 숨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일본인이기에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뼈아픈 반성과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우리 당국도 여기에서 함께 교훈을 얻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나자 일본은 전문가 17명을 동원해 1년간 머리를 싸매고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연구하지 않았던가.

천광암 도쿄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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