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이기 때문에’ 그런가? 그러고 보니, 벌써 1980년대에 ‘21세기는 여성 리더가 판친다’는 예언이 나왔다. ‘메가트렌드(대조류) 2000년’이라는 책이다. 남성이 조직을 장악하고 지배하던 과거와 달리 미래에는 조직을 고양시키고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여성 리더가 강세일 것이라고 했다. 법률 금융 의학 같은 전문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니면 금상첨화라고도 했다. 과연 힐러리 클린턴이나 강금실을 내다본 건가.
▷그 책은 여성(femininity)에다 감성(feeling) 가공(fiction)의 시대가 온다고도 예언했다. 온통 강금실의 옷차림이나 화장, 숄의 색깔, 예술가 취향 등 이미지에 시선이 쏠려 있다. 혼자 살며 춤을 즐긴다는 식의 개성과 유연성이 ‘허무주의적인 인문주의자’라는 평가를 낳는다. 어떤 심리학자는 ‘쿨한 선지자(先知者)’ 이미지, ‘정치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인턴 정객의 아마추어리즘’에서 경쟁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거기에 정치를 한사코 뿌리치는 ‘숨은 꽃’의 이미지도 ‘강금실 픽션’을 확대 재생산하는지 모른다.
▷계파나 지역기반 같은 자산 없이 이런 대접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그래도 그는 후보 출마를 할지 말지 숙고 중이다. 굳이 떠난 사람을 쫓아다니며 보채는 여당의 인재난을 절감한다. 그럴수록 부박(浮薄)한 인기의 종착지가 궁금하다. 결국 강금실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지 말지 알 수 없는 시점이지만, 새삼 파라척결(爬羅剔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거기에는 좋은 인재를 발굴한다는 의미, 달리는 손톱으로 파헤치듯 검증한다는 뜻도 있다. 강금실 신드롬은 어느 쪽으로 흐를까?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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