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참여형 도시’ 또 언론타령인가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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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본보는 12일자에 정부가 추진하는 ‘살고 싶은 지역사회 만들기’(‘참여형 도시 만들기’의 새 이름) 프로젝트의 내용과 예상 문제점을 단독 입수한 정부 자료를 토대로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뒤 13일 오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 홍보책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해 왔다.

본보 기사에서 “노무현(盧武鉉) 정부 식 ‘새마을운동’이라고 할 이 계획은 자칫 정치적 슬로건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한 단국대 조명래(趙明來·도시지역계획학) 교수가 보도와는 달리 균발위 위원이 아니니 정정 보도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균발위 위원이 새마을운동 운운하면 우리 조직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이지 않겠느냐”며 “조 교수는 지난해 8월 위원직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수의 말은 달랐다. “정부에서 별 걸 다 트집 잡는다”면서 균발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라고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조 교수는 분명히 균발위 수도권관리전문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올라 있었다.

기자가 홍보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물었더니 “아직 홈페이지 업그레이드가 덜 됐다”는 기가 막힌 답이 돌아왔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균발위 공식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을 믿지 말란 말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조 교수는 위원이 아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사흘이 지난 16일 오후 5시경까지 균발위 홈페이지에는 조 교수가 위원으로 올라 있었다. 더 재미있는 일은 이후 벌어졌다.

16일 밤 균발위는 ‘위원 선임 중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수도권관리전문위원회 위원 19명의 명단을 통째로 지워버렸다. 이번 보도와 상관없는 다른 3개의 전문위원회 위원 명단은 그대로 남겨둔 채로….

균발위가 조 교수의 위원 자격을 놓고 ‘코미디’ 같은 상황을 연출한 것은 물론 그의 발언 때문일 것이다.

조 교수 등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본보 기사에서 “이 계획이 성공하려면 관(官)의 개입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균발위는 ‘지방선거용이 아니다’라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균발위는 현재 본보에 이 계획을 누가 누설했는지 조사까지 벌이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면 무조건 사시(斜視)로 바라보는 편협한 사고로 어떻게 백년대계인 국가균형발전 계획을 짠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승헌 경제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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