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55>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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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팽성을 지키는 초나라 주국(柱國) 항타(項타)가 장군 항성과 설공(薛公), 담공(담公)을 회수 북쪽으로 보내 우리가 돌아갈 길을 끊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관영은 얼른 군사를 돌려 회수를 건넌 뒤 다시 탐마(探馬)를 풀어 초나라 군사들이 있는 곳을 알아보게 했다. 오래잖아 탐마가 돌아와 알려 주었다.

“담공과 설공은 하비(下비) 남쪽에서 나누어 진채를 벌리고 있고, 항성은 하비 성안에서 그 둘과 호응하는 형세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하비라면 팽성에서 날랜 군사로 하룻길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였다. 항타가 하비에다 세 갈래 군사를 모두 몰아 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팽성이 위협을 느낀다는 뜻이었다.

‘하비를 팽성의 동쪽 외성(外城)쯤으로 쓰려고 하는구나. 하비성만 떨어뜨려도 광무산의 우리 군사들이 받고 있는 압력은 크게 줄어들겠다.’

관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군사를 몰아 먼저 하상(下相)으로 달려갔다. 얼마 전에 한번 관영의 군사들에게 떨어져 본 적이 있는 하상은 아무 저항 없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관영은 거기서 하루 밤낮 군사들을 편히 쉬게 한 뒤 그 특유의 불같은 투지를 되살려 벼락같이 하비로 치고 들었다.

관영이 이끄는 군사들은 한나라의 낭중(郎中) 기병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남다른 기동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성안에서 푹 쉰 인마를 휘몰아 하비까지 100리도 안 되는 길을 새벽같이 달려가니 그들이 오고 있다는 소문보다 인마가 빨리 하비에 닿았다.

그때 담공과 설공은 하비 성밖 30리 되는 곳에 각기 진채를 벌리고 서로 의지하는 형세를 이루고 있었다. 동쪽에 있던 담공의 진채에서 풀어 놓은 탐마가 먼저 관영이 쳐들어오는 것을 보고 저희 장수에게 달려가 알렸다. 그러나 그때 이미 관영이 이끄는 기마대의 선두는 탐마의 꼬리를 물고 달려 온 듯 담공의 진채로 뛰어들고 있었다.

관영이 멀리 광릉에서 올라오자면 며칠은 걸리리라고 보아 느긋하게 진채를 벌리고 있던 담공은 그 갑작스러운 강습에 크게 놀랐다. 겨우 갑옷 투구를 걸치고 말위에 올랐으나 홍수처럼 진채를 휩쓸고 있는 관영의 기마대를 보자 맞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10리도 안 되는 설공의 진채에 전갈을 보낼 겨를도 없이 진채를 버리고 달아났다.

설공도 느긋하게 기다리기는 담공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담공보다 10리 서쪽에 진채를 내린 바람에 담공보다는 조금 일찍 관영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영의 군사들에게 담공의 진채가 무너지면서 일으키는 소란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로 보아서는 관영이 오는 것을 담공보다 미리 안 것이 설공에게는 오히려 재앙이 되었다. 설공이 겁먹고 놀란 군사들을 꾸짖어 관영의 군사를 막아 보려 했으나 이미 담공의 진채를 짓밟고 덮쳐 오는 그 기세를 당해 낼 수 없었다. 오래잖아 진채는 무너지고 설공은 관영에게 사로잡혀 목이 잘렸다.

관영이 설공의 잘린 머리를 창대에 꿰어 앞세우고 하비성을 에워싸니 성을 지키던 항성은 겁을 먹었다. 겨우 이틀을 버티다가 밤중에 몰래 성을 버리고 팽성으로 달아나 버렸다. 팽성을 지키던 항타가 항성의 말을 듣고 놀라 그 소식을 패왕에게 전하니 동(東)광무의 초군은 더욱 기세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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